여행 이야기2017. 1. 23. 06:30

 


미술의
자도 모르던 어린 시절부터 나는 왠지 모네의 그림이 좋았다. 캔버스 위에 가득 채운 모네의 세상 속 색채들이 어린 내 눈에도 참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스무 살에 떠난 유럽 배낭여행 중 파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파리여행의 필수코스인 루브르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나도 남들처럼 긴 줄의 끝에 섰다.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점점 지쳐가던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스트레칭도 할 겸 고개를 쭉 뒤로 젖혔다.

 

바로 그때 내 시야를 가득 채우던 하늘, 그 하늘의 색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색은 내가 어린 시절 좋아하던 모네의 그림 속 하늘색과 한 치의 다름도 없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막연히 하늘의 색깔은 세상 어디나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아니, 애초에 다를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 속 하늘색은 실제 하늘의 색이라기보다는 그저 모네가 그렇게 채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때 내가 받은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한국의 하늘과는 분명히 다른 채도, 내 눈 앞에 펼쳐진 그 가냘프고 섬세한 빛의 하늘은 모네의 세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세상에도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태어나서 처음으로 깨달았으니 조금 뒤 루브르 박물관에 입장해서 보게 된 수백 개의 명작들이 좀처럼 기억에 남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날 이후부터 여행을 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하늘의 색을 체크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쉽게도 그때 그 파리에서의 어느 날처럼 나를 충격에 빠트릴 정도의 하늘색을 만난 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매번 하늘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색을 주의 깊게 살피는 내게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사무실에서 우리 여행상품에 대해 공부하다가 북프랑스 여행 계획서를 살펴보았더니 모네가 여생을 보낸 지베르니에 간다고 한다. 언젠가 인솔자로서 찾아가게 될 그곳의 하늘은 어떤 색일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부디 나와 함께 가신 분들과도 그 벅참을 나눌 수 있도록 모네의 하늘을 꼭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