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2. 22. 06:30

 

 

입사 10주년 기념여행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지난 11월 한 달간의 휴가를 얻어 호주 여행길에 올랐다. 여행지를 호주로 선택한 것은 입사당시 회사 홈페이지에서 본 여러 개의 여행지 사진 중 유독 울룰루의 붉은 바위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이후 늘 궁금했었고, 언젠가는 나도 한 일본영화처럼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현지 23일 캠핑투어에 조인하여 울룰루를 마주했을 때는 솔직히 큰 감흥이 없었다. 왠지 미뤄둔 일을 했다는 느낌뿐이었다.

 


 




오히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행자들과 함께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
, 캠프파이어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그 순간이 더 좋았다.

 

그리고 그들과 헤어진 후 퍼스행 비행기에 올라 서호주 여행으로 이어갔다. 혼자서 차를 몰며 퍼스에서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샤크베이를 거쳐 코랄베이까지, 남쪽으로는 남극해와 인도양이 만나는 아우구스타를 거쳐 캥거루가 뛰어노는 에스퍼런스의 럭키베이까지 총 3400km의 대장정이 내 계획이었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던 가장 저렴한 차량 대신 비포장도로와 로드킬 등을 고려해 보다 안전한 SUV 차량으로 바꾼 다음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운전대에 올랐다. 하지만 운전방향이 한국과 반대라 실수의 연속이었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왼쪽 차문을 열기 일쑤였고, 와이퍼와 방향지시등의 위치도 반대라서 햇빛 쨍쨍한 날에 애먼 와이퍼를 작동시키기도 했다. 그나마 액셀과 브레이크의 위치가 같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바짝 긴장하며 천천히 퍼스 시내를 벗어났다
. 다행히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지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수는 급격히 줄어 많이 걱정했던 운전은 즐기는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어느 날, 메인인 1번 도로를 벗어나 샤크베이의 몽키마이어로 가던 2시간 동안은 앞서는 차도 뒤따라오는 차도, 심지어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조차 단 한 대도 없었다. 도로 양쪽의 나지막한 수풀만이 간간히 보였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쭉 뻗은 직선도로를 달리는 도중 갑자기 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눈물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 왜 눈물이 흘러내렸는지 모른다. 아마도 그때 내가 달린 것은 한적한 서호주의 도로가 아니라 지난 십년간의 여정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