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1. 30. 06:30


 

인솔자로 출장을 가서 내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막상 출장지에서는 인솔자이기에 생각해야만 하는 이런 저런 상황들로 몸도 마음도 긴장을 놓을 수 없어 그런 기대나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곳곳의 내놓으라할 여행지들을 다니는 이 직업을 가지고 출장지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출장 중 순간순간 속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떠올리면 무슨 혼자만의 일탈이라도 하는 양 미소가 절로 난다. 실제로 그 일들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상상만 했던 것뿐이니 회사에서도 손님들께서도 너그러이 봐주실 거라 믿으며 기억나는 몇몇 순간들을 고백해보려 한다.

 




아이슬란드의 동부 피오르드를 드라이브 할 때였다
. 갑자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OST 음악이 내 머릿속을 꽉 채웠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월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내려가던 바로 그 도로 위를 내가 버스를 타고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버스에서 내려서 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이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리면 얼마나 멋질까?’라며 신나는 상상을 했다. 물론 나는 스케이트보드를 탈 줄도 모른다. 그런데도 출장 후 한동안 일명 월터 미티 스케이트보드 신이 편집된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며 그 여운에 젖어있었다.

 

지난 9, 늦더위가 가시지 않아 뜨거웠던 크로아티아에서는 자다르의 바다오르간 앞에서 바다로 첨벙 뛰어드는 사람들이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도 아니었고 콘크리트로 된 산책로에서 바로 바다로 이어진 곳이었는데, 현지인들인지 배낭여행객들인지 알 수 없는 청년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보였다. 인솔자가 아니었다면 나도 저 틈에 껴서 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언제 내가 아드리아 해의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그것도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 몸을 말려가며 수영을 해볼 수 있겠는가.

 




7
월 스페인 북부 여행 중 방문한 팜플로나에서는 소몰이 축제로 유명한 산 페르민이 한창이었다. 흰 옷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수많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와인을 마시고, 떠들썩하게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은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때도 다음 일정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동하지 않고 여기 계속 남아서 어울려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진풍경을 본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인솔자조차도 의도치 않게 여행지에서 순간순간 원하는 것들이 생기는데, 소중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여행을 오신 손님들은 얼마나 더 큰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계실지 생각해보았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수용하는 내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내가 여행자였다면 이럴 때에 무엇을 원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다보면 손님들께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잘 살필 줄 아는 그런 인솔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귀여운 핑계로 고백을 마무리 하고 싶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