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4. 7. 06:00

 


자주 들락거리는 일본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 더 웨이브(THE WAVE). 말 그대로 파도처럼 굽이굽이 소용돌이치는 기하학적인 붉은 곡선이 인상적인 한 컷이었다.

 

잽싸게 검색해보니 미국 서부 애리조나 주와 유타 주 경계의 고원사막지대 깊숙한 곳에 자리한 협곡이란다.

 

물과 바람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더 웨이브는 앤틸로프 캐년과 더불어 세계의 사진작가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미국의 자연 풍경 중 하나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더 호기심을 유발하는 더 웨이브. 왜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극히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웨이브의 수천 겹의 붉은색 사암 지층은 발로 밟는 것은 물론 손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부서지기 때문에 입장 인원을 하루
20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정부기관에서 입장 허가도 받아야한다. 매달 1, 하루 10명의 출입 허가증이 추첨으로 발표되고, 나머지 10명은 현장에서 매일 아침 역시 추첨으로 뽑힌다.

 

이 엄청난 경쟁을 뚫고 허가증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게 아니다. 반경 120이내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인 더 웨이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용기도 필요하다, 건조하고 뜨거운 사막기후에 그늘하나 없는 곳을 이정표도 없이 직접 찾아가야 하며, 비슷비슷한 풍경과 지형으로 길을 잃고 헤매는 위험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사진작가들과 오지 탐험가들이 기를 쓰고 가려는 이유는 분명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더 웨이브가 아니라 일본 여행사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터넷 사이트든 현장이든 더 웨이브 입장은 전적으로 운이다. 현장에서 며칠을 기다리며 추첨에 계속 도전하더라도 입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가정을 기반으로 한 여행을 이 여행사는 상품으로 만들어 모객을 하고 있고, 실제 여러 팀이 성원되어 출발한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당당하게 더 웨이브를 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공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 손님들도 로망의 장소에 데려가는 저런 상품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그들은 원하고 있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는데, 여러 변수를 장애라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상품 후보에서 지워버리는 실수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