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5. 29. 06:30

 

 

어디를 여행하든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심사대에 다다르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게 된다. 그럴 때면 나는 앞사람은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궁금해져 들고 있는 여권을 흘깃 쳐다보곤 한다. 하지만 여권의 겉모습은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한 번 보고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단번에 알기가 어렵다.

 

사실 여권 디자인이나 규격에 대해 법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권장 사항에 따라 각 나라들의 여권 크기는 모두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겉표지 색깔은 전 세계 통틀어 빨간색
, 초록색, 파란색, 검정색 등 크게 4가지만 사용하는 데 각국마다 약간씩 채도의 차이를 둔다. 이를 바탕으로 각 나라에선 종교적, 정치적, 지리적 특성 또는 기호에 따라 여권 겉표지의 색깔을 정한다.

 

하지만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겉표지와 달리 여권 사증(여권 속지)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평소에 자세히 볼 일이 없어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사실 우리나라 여권 사증에도 왼쪽 아래에는 숭례문이, 오른쪽 아래에는 다보탑이 있다.

 

이렇듯 각국에서는 그 나라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사증에 표현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 한다.

 

핀란드의 여권 사증은 플립북형태이다. 플립북은 페이지를 빠르게 넘기면 마치 만화처럼 그림이 움직여 보이게 만든 책이다. 핀란드는 사증 페이지마다 오른쪽 아래에 순록을 그려 넣어 마치 순록이 걸어가는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하였다.

 


 




또 노르웨이
, 캐나다, 중국처럼 자외선(UV Light)을 이용하여 그 매력을 꽁꽁 숨겨놓은 여권들도 있다. 노르웨이 사증은 그냥 보기에는 대표 자연 경관인 피오르드를 그려 넣은 이미지인데, 자외선을 비추면 오로라가 떠오른다.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축복받은 나라 중 하나인 만큼 여권 디자인도 참 신비하다. 중국도 자외선 아래에서는 사증의 배경인 만리장성이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나도록 해두었다.

 

개인적으로 자외선을 이용한 여권 디자인 중 베스트는 캐나다가 아닐까싶다. 페이지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장소나 역사적 순간들을 기록해놓았는데, 달빛 아래 빛나는 나이아가라 폭포나 국회의사당 위로 터지는 불꽃놀이를 형상화한 화려한 모습은 여권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이 밖에도 뉴질랜드는 섬을 발견하기까지의 역사를 이정표처럼 그려놓았고, 미국은 토템폴이나 바이슨 등 북아메리카의 상징물들을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여권디자인도 새롭게 개편된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렇게 세계 각국의 독특한 디자인들을 알게 되니 어떤 여권으로 여행을 다니게 될지 궁금해진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