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7. 10. 02:07

 

 

테마세이투어 상품은 대체로 길다. 제일 많이 가는 유럽은 대부분 9~15일짜리이며 아시아 상품도 일주일이 넘는 상품이 대다수이다. 그러다보니 손님들로부터 종종 비행시간 짧은 가까운 곳으로, 간단히 다녀올 수 있고 여유로운 일정의 상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올 봄에 선보인 강남수향 5상품이야말로 그러한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킨 여행이었다. 소식지에 상품을 소개하자마자 전화가 빗발쳐 준비했던 한 팀이 마감되었고 추가로 모객을 해 두 팀이 5월 초 황금연휴를 이용해 다녀왔다.

 

수양제가 건설한 경항대운하를 따라 만들어진 수향마을 중 4곳인 서당, 오진, 주장, 소주를 방문하는 일정인데,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잘 보존된 마을마다 여유로운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홍등이 대롱대롱 매달린 서당의 물길을 따라 거닐었던 연우장랑, 검은색 도료로 칠해진 건물들이 묵직한 느낌을 주었던 오진에서의 새벽 산책, 명청시대의 오래된 집들과 돌다리들을 만날 수 있던 주장에서의 차 한 잔, 졸정원과 사자림이 있는 정원의 도시 소주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은 짧은 연휴기간동안 제대로 된 힐링을 선사해주었다.

 

인솔자 입장에서도 다른 장기간의 여행지보다 짧고 여유로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슷한 수향마을을 연속으로 보며 자유 시간을 매일 주는 일정이 자칫 밋밋해질 수 있을까봐 일정에 없는 추가적인 프로그램을 찾아봐야만 했다. 그러다 여행 출발을 며칠 앞두고 꽤나 흥미로운 것을 찾아냈다. 소주에 있는 망사원(網獅園)의 곤극(崑劇) 공연이었다. 망사원은 정원의 도시인 소주에서도 가장 작은 원림으로 정원 자체보다는 밤이 되면 정원 부속 건물에서 열리는 공연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곤극은 2001년 중국의 첫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중국 전통 연극인 경극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6세기 명나라 중기, 강소성 소주 곤산현에서 탄생하였고 창 · 연기 · 춤이 어우러지는 희곡인 곤극은 청대에 들어 완성된 경극에 밀려 쇠퇴하면서 현재는 소주를 중심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여행 3일차, 소주에 도착한 우리는 저녁식사로 훠궈를 먹은 뒤 망사원으로 이동했다. 버스도 못 들어가는 주택가의 좁은 골목에 내려서 걷다보니 망사원의 입구가 나타났다. 영어로 안내하는 직원 한 명과 함께 공연장으로 꾸며진 망사원 곳곳을 다니며 곤극을 감상했다.

 

첫 번째 방에선 하얗게 분칠한 얼굴의 배우가 찢어질 듯 높은 목소리로 연기를 하고, 그 옆방으로 이동하니 전통의상을 입은 남녀가 단아하게 앉아 피리를 연주한다. 다시 이동을 하면 중국 정통의 다도를 보여주는 여인이 우리에게 수줍게 인사를 하고, 안내자를 따라 야외로 나가니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이 창을 시작했다.

 

공연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고, 앉아있을 의자도 넉넉지 않아 인솔자는 내심 신경 쓰였지만, 이와는 무색하게 손님들은 모두 집중해서 공연을 감상하고 박수도 아끼지 않는 모습에 괜시리 뿌듯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 더 환호를 받고 이렇게 좋은 걸 보여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는 순간이야말로 여행지에서 인솔자만 느낄 수 있는 환희 아닐까? 이번 출장은 수향마을에서의 여유로운 일정보다, 손님들이 보여주신 마음의 여유에 더욱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감히 고백해본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