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7. 17. 06:00

 

 

5월 초, 오랫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두 번째 인솔을 다녀왔다. 걱정 가득했던 첫 출장과 달리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다짐은 본격적인 여행 첫 아침부터 와장창 깨졌다.

 

버스에 올라타 수신기 작동방법을 설명하려는 순간 번뜩 뇌리에 스치는 무언가가 있었다. ‘! 수신기 가방. 여분 건전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두고 왔다!’ 이미 마드리드에서 다음 목적지인 친촌을 향해 20분 정도 달린 상태였다. 버스를 호텔로 다시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팀 전체에 분실의 바람이 불었다. 2일차와 3일차 연속으로 손님들이 한 분씩 호텔에 외투를 두고 오셨고, 핸드폰 충전기를 놓고 오신 분도 계셨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이제 놓고 온 물건 없으시죠?”가 아침 인사가 되었다.

 

이러한 사건들의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나였다. 5일차 아침, 출발한지 30여분이 지나서야 가방 속에 핸드폰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번에는 버스를 돌릴 수도 없었다. 고해성사하는 심정으로 가이드에게 상황을 말하니, 허탈한 웃음 너머로 너 진짜 왜 그러니라는 눈빛이었다.

 

 

 

 

다행히 이틀 후에 묵을 숙소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이 왔고, 이 사건은 가이드와 인솔자만의 비밀로 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손님들께 자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식의 도시 산세바스티안에서 자유 시간을 보낸 뒤 호텔로 돌아와서는 개인적으로 연락하라고 이미 말씀드렸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하호호, 꺄르르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버스에 울려 퍼졌다. 얼굴 빨개질까봐 일부러 앞만 보고 말씀드렸는데 웃음소리가 멈추질 않았다. 심지어 그날 하루 종일 버스에서 웃겨 죽을 뻔했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민망했지만 즐거워하는 손님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사장님이 원하는 인솔자상은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다. 모두를 이끌고 나아가야할 때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 분위기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우아한 교양인으로, 야생의 자연 속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으로 상황에 맞게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인솔자가 되어야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번 출장에서의 내 모습은 카리스마나 야무짐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도 모르게 나온 넋두리를 한 손님이 들으신 모양이다. “모든 사람이 다 사장님처럼 할 순 없지. 보배씨는 자신만의 매력이 있어요. 이걸 잘 살리면 좋은 인솔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여전히 어떤 인솔자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 말씀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아직은 실수투성이에 배울 것도 많지만 나의 장점을 잘 살려서 함께 여행하는 분들에게 행복을 주는 인솔자가 되고 싶다. [은보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