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7. 7. 13. 06:00

 

 

내게 차마고도는 한줄기 선()으로 기억되어진다. 벼랑에 아스라이 그어진 외길을 따라 흙먼지를 날리며 하염없이 어디론가 달려갔던 희미한 기억, 가끔은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무언가에 흠뻑 도취되었던 순간들. 차마고도는 그렇게 오랫동안 내 마음 한구석에 숨어 있었다.

 

2007, KBSSBS가 경쟁적으로 차마고도 관련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후 본격적으로 차마고도 여행이 시작됐다. 중국 운남성에서 티베트로 이어지는 1,000km의 차마고도 오지탐방 길은 명성 그대로 험하고 거칠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의 길이었고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길이었다.

 

 

 

 

우뚝 솟은 설산을 배경으로 탁 트인 초원길을 달리고,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진 산길을 돌고 또 돌아갔다. 장엄하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는 길 위에서 만나는 티베트 마을의 정취도 가슴에 와 닿았으며,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흐르는 누런 강물은 길고 긴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라싸를 향해 오체투지의 길을 가는 티베트 순례자들과의 조우는 감동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이 길이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중간에 길이 끊겨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고로움도 있었고,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 공산당 간부일행들에게 호텔방을 뺏기고 여인숙만도 못한 곳으로 쫓겨나는 아픔도 있었다. 또한 낡은 지프차에 몸을 의지한 채 비포장길을 달리다보면 온 몸에 먼지를 뒤집어쓰는 것은 예사였다. 게다가 이 놈의 지프차는 왜 그리 자주 고장이 나는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가며 우리는 라싸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종착지인 라싸의 포탈라궁 앞에 서는 순간, 비로소 나 또한 오체투지하는 순례자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힘든 여정인 것은 확실하지만 함께 했던 일행들 모두가 생애 최고의 여행 중 하나였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2009, 차마고도가 끊겼다. 외국인에게 통행증 발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인 게 분명하다. 티베트 독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외국인들에게 이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20175, 차마고도가 다시 열렸다는 연락이 왔다. 정확히 8년 만이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무작정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 다시 막힐지 모르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오는 10월 단풍시즌에 맞춰 다시 차마고도로 떠난다. 그렇다고 마냥 설레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차마고도가 어떻게 변했을지 걱정이 앞선다. 최근의 중국 발전 상황을 볼 때 아무리 차마고도가 오지라고 하지만 제법 많은 개발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의 많은 부분이 포장이 되었을 것이고, 일부분 상업화가 진행되었을 지도 모른다. 여행은 훨씬 더 편해질 것이지만 여행의 맛은 그만큼 반감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마고도는 차마고도다. 예전의 느낌을 반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일 것이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