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7. 12. 7. 10:47

 

 

오랜 시간을 기다렸건만 차마고도는 끝내 우리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출발 일주일을 앞두고 급작스럽게 모든 외국인의 통행증 발급이 취소되었다는 일방적인 통지가 왔으니 말이다.

 

아쉬운 마음에 대체여행지로 중국 귀주성 여행을 급히 제안했다. 귀주성이 어떤 곳인지, 무엇을 보러 가는지, 심지어 여행비는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테마세이가 제안하는 것이니 믿는다며 총 19분이 귀주성으로 급변경하여 여행을 떠났다. 그런 만큼 우리로서는 부담이 큰 여행이었다. 완벽하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아름다운 자연과 소수민족을 테마로 하는 귀주성 문화탐방이 시작됐다. 우선 자연관광이라는 측면에서 귀주성은 무척이나 훌륭한 곳이었다.

 

 

 

 

 

최근에 개발이 완료된 적수(赤水)지역의 청량한 대나무 숲과 폭포들, 그리고 원시적인 동굴의 모습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쌍하동 동굴, 카르스트 지형의 백미로 기묘한 봉우리들이 장관을 이루는 만봉림과 수많은 폭포들이 수직 낙하하는 마령하 대협곡, 또한 아시아에서 가장 큰 황과수 폭포 등으로 이어지는 귀주성의 대자연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긴 이동 시간 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잠시라도 눈을 뗄 수가 없어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라 할 수 있을 만큼 멋들어졌다.

 

귀주성은 98%가 산악지형인 탓에 여행 내내 첩첩이 쌓인 산들과 그 사이에 아스라이 형성된 계단식 다랑이 논들이 시야를 떠나지 않았으며,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는 산과 산을 연결하는 높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 가히 구름 위의 하늘 길을 달린다.’는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여행 내내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관이 이어졌으니 유채꽃이 만발하는 봄에 이 길을 달린다면 그야말로 환상적일 것 같았다.

 

반면에 소수민족 문화 탐방이라는 테마로 보면 불만이 가득했던 여정이었다. 묘족, 동족, 포의족 등 소수민족들의 공동체 마을은 그 자체로서 최고의 관광자원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가치 있는 문화자원을 망가뜨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관광지로 개발된 소수민족 마을들은 그 정체성을 상실한 채 급격히 유흥지로 변해버려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특히 서강의 묘족마을에서 소소한 묘족들의 삶을 찾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장사꾼과 관광객이 점령한 마을은 밤늦도록 가라오케 소리로 흥청거렸다. 그나마 조흥 동족마을의 고요한 저녁풍경이 위안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주성은 참으로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자연과 소수민족, 그리고 수 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진(古鎭)마을을 방문하면서 여행의 다양성을 충족할 수 있었고, 긴 이동거리의 지루함은 아름다운 주변 지형과 환경에 의해 충분히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었다.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의 첫 여행팀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함께 개척해 나간다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기에 첫 여행팀에 합류하는 것이 좋다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첫 팀은 조금은 투박하고 의외의 변수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귀주성은 분명 다른 중국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이 있다. 다만 이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방문 시기와 세심한 방문지 선정이 필수라는 사실이 이번 귀주성 1차팀의 교훈이었다. 온 천지에 유채꽃이 만발하는 2, 또는 추수를 앞두고 황금벌판을 이루는 9월에 귀주성을 방문한다면 감탄스러울 만큼 환상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개발되고 상업화된 소수민족 마을보다는 아직도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순박한 소수민족들을 찾아나서는 것 또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내년 2월부터 완전히 달라진 귀주성 문화탐방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차마고도 대신 급히 귀주성을 선택하여 함께 해주신 19분의 일행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