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7. 10. 20. 06:00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일까?’ 참으로 진부하지만 여행 중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특히 우리보다 형편없이 가난한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물질적 풍요 속에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진정 행복한가?’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캄보디아의 톤레삽 호수변에 살고 있는 빈민촌을 돌아보며 그 열악함에 잔뜩 마음아파하다가도 너무나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해질녘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조촐하나마 저녁식사를 나누는 모습에 절로 정감어린 미소가 번지게 되니 말이다.

 

 

 

 

 

 

아프리카는 표면적으로 볼 때 호사를 누리는 백인들과 열악한 삶을 살아가는 흑인으로 양분되는 것처럼 보였다. 좋은 식당과 좋은 호텔은 여지없이 백인들의 차지였으며 뒤에서 시중들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마치 숙명인 듯 흑인들의 몫이었다. 우리들 또한 백인들 틈에 끼어서 식민지 시절의 하인들로부터 시중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호사를 누렸다.

 

하지만 우리들보다 더 흥에 겨워했던 사람들은 시중들던 흑인 종업원들이었다. 서빙 중간에 합창을 하며 흥겹게 춤을 추는 그들의 얼굴에는 꾸밈없는 행복감이 묻어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도착한 후 우리를 마중 나온 가이드 Shan Taylor는 한국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 31살의 백인미녀였다. 그녀는 공항에서부터 잔뜩 들뜬 표정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바로 그날 생후 2개월 된 흑인아이 입양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결혼도 안한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입양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고, 그것도 흑인 아이라는 점이 더욱 놀라웠다. 아이의 엄마는 13살의 미성년자인데 자기가 이 아이를 입양해서 키울 수 있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는 그녀는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가든루트는 백인들이 경영하는 대규모 농장이 계속 이어지는 목가적인 길이었다. 그런데 이따금 만나는 도시 입구에는 여지없이 형편없는 빈민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아공의 오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로 형성된 흑인집단 거주지다.

 

흑인 빈민가는 대부분 우범지대이기에 개인적으로 이 마을에 들어가는 건 아예 꿈도 꾸지 못하지만 나이스나에서 이 빈민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 일행들 모두 잔잔하지만 진한 감동을 받게 되었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어른들, 그리고 미성년자 미혼모들, 학대로 상처받은 아이들이 가득했던 이 빈민가에 독일인 여행자 Angie여사가 방문한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버려진 아이들을 보고 가슴 아팠던 Angie여사는 현지 흑인인 Ella와 의기투합하여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쉼터를 만들기로 했다.

 

처음에 모아진 기부금은 약 130만원. 이 돈으로 20103월에 어린이를 위한 쉼터건물을 지으면서 기적이 시작됐다.

 

7년이 지난 지금, Angie여사와 Ella는 모든 빈민들의 친구가 되었고 여전히 영혼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이용했던 빈민가 관광 프로그램의 수익금으로 도서관을 짓고 마을 환경 개선사업에 투자했다. 여기에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복지정책이 더해지고 나니 이 빈민가는 더 이상 우범지역이 아니라 모든 외부인에게 미소로 화답하는 마을로 변해있었다.

 

지난 아프리카 여행은 정말 행복했다. 그렇지만 우리만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흑인 종업원들도, Shan Taylor, 그리고 빈민가의 Angie여사와 Ella도 정녕 행복해 보였다. 다른 점이라면 우리는 여행이 행복했지만 그들은 삶 자체가 행복해 보였다는 점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짜 행복한 걸까? 이번 아프리카 여행길에서도 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