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식2017. 9. 1. 06:00

 

 

지난 6, 독일 여행을 준비하며 일정만큼이나 식사구성에도 고민이 많았다. 일정이 기존과 조금 달라지면서 처음 사용하는 식당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새 식당을 선정하면서 맛, 분위기, 위치 등을 고려해야 했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짜지 않을까?’였다. 그동안 맛봤던 유럽의 음식은 대체로 짰다. 하물며 이번 여행은 유럽에서도 음식이 짜다고 정평이 난 독일이었다.

 

그래서 출발 전 도대체 유럽의 음식은 왜 짠가?’라는 주제로 조사를 해보았다. 나의 순수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짜다고 힘들어하실 손님께 말씀드릴 방어책(?)이기도 했다.

 

역시나 음식도 분명 사회적 환경적 요소가 쌓인 문화이기에, 이해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근본적인 원인은 염도였다. 유럽은 일반적으로 음식을 할 때 암염을 사용한다. 이 암염은 우리나라 천일염보다 높은 염도를 가지고 있다. 한국 천일염이 80%인 것에 비해 유럽의 암염은 압도적으로 높은 염도 96%. 다시 말해 우리나라 소금보다 적은 양만으로도 짠맛을 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과거 유럽 내륙에 소금이 귀할 때 생긴 사회적 요소다. 워낙 소금이 귀하고 비쌌기 때문에 소금을 많이 쓴 음식은 맛있다.’라는 인식이 만들어졌다. 더구나 유럽 내륙의 물은 석회수여서, 이 석회 물질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소금이 필수였다.

 

하지만 유럽 음식이 짜다고 힘들어하는 우리나라는 소금 섭취량 세계 1라는 역설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금 섭취량은 많으나 짠맛은 못 견디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한 번 조사를 해보았다. 첫 번째 이유는 갖은 양념이다. 특히 우리 음식의 큰 특징인 매운맛은 다른 맛을 방해하는 역할에 탁월하다. 그러니 소금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음식의 온도이다. 우리나라 밥상에는 뜨끈한 국물이 자주 오른다. 이런 뜨거운 온도는 혀를 둔하게 만들어 또 한 번 짠맛을 잘 못 느끼게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더 짠 음식을 먹지만 인지하지 못할 뿐이고, 유럽 음식은 우리 혀에는 짜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에 비해 덜 짠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짠 음식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당황스럽게도 이번 독일 여행의 음식은 예상만큼 짜지 않았다. 아시아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간을 조절해 요리하기 때문이란다.

 

그렇더라도 언젠가는 유럽의 짠 음식을 드실 수도 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짜다는 거부감보다 이러한 배경을 떠올리며 문화에 대한 반가움으로 맞아주시면 좋겠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