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상식2017. 11. 20. 06:00

 

 

아직 제 몸도 잘 못 가누던 유치원 꼬맹이 때, 6년간 발레를 배웠건만 유연성 0’라는 슬픈 한계로 인해 그 시절은 처절한(?) 고통과 눈물의 시간이었다. 덕분에 발레를 그만둔 후 그에 대한 흥미는 완벽하게 증발해버렸고, 여느 흔한 발레 공연 한 번 본적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7, 러시아 출장 중 백조의 호수를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난생 처음으로 보는 발레 공연인지라 신나게 정보를 검색해보니 발레는 지루하고 난해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언어 없이 오로지 몸짓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보니 그게 다 그 동작 같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발레는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지금 소개할 몇 가지 감상 팁을 참고한다면 아마 기존보다 발레가 더 친숙하게 다가올 것 같다.

 

1. 발레 공연 역시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해당 공연의 줄거리만 미리 파악하고 있어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거기에 그 공연에서 연주될 음악을 미리 들어본다면 더욱 좋다.

 

2. 역시나 주요 포인트는 무용수들의 동작, 표현, 연기력이다. 감정표현의 경우 상체 움직임으로 대부분 표현되므로 발레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은 상체 위주로 보면 된다.

 

3. 순수한 춤동작 외에도 공연 중간에 수화처럼 보이는 동작들이 있다. 마임(mime : 흉내)이라고 불리는 이 동작들은 간단한 손짓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연기이자 대화들인데 표현방식이 간단하면서도 참 재밌다.

 

가령 ''를 지칭할 때에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를 지칭할 때에는 상대방을 가리킨다. ‘사랑은 심장 혹은 가슴에 양손을 살포시 교차시키고 결혼이나 청혼을 표현할 때에는 오른손으로 왼손의 약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나타낸다. ‘맹세는 한손은 가슴에 얹고 나머지 한손은 검지와 세 번째 손가락을 붙여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는다.

 

명령을 내릴 때는 손끝으로 강하게 바닥을 가리키고, ‘아름다움을 표현할 때에는 엄지손가락으로 얼굴 주위에 원을 그리게 된다. ‘발레 마임으로 검색하면 수많은 동작과 동영상 자료들이 있는데 따라 해보면 하나같이 흥미롭다.

 

그 외에도 무용수들이 함께 추는 군무, 무대 위 동선과 아름다운 춤의 라인 그리고 무용과 음악과의 조화들도 빼놓을 수 없다.

 

드디어 만난 백조의 호수는 예전에 배웠던 발레의 기억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동스러웠다. 음악, 내용, 안무들도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흔든 것은 이 무대에 서기까지 흘렸을 무용수들의 땀방울과 노력들이었다. 발레는 격렬해 보이지 않지만 실은 기본자세를 유지하기만도 매우 힘든 춤이다. 그런데 손끝과 발끝까지 온몸의 근육을 써서 연기하는 섬세함이라니!

 

힘이 전혀 안 드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춤을 추는 그들이 마치 물 위에선 우아하지만 물 밑에서는 쉬지 않고 발버둥치는 백조 같다고 생각했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