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9. 4. 06:00

 

 

일출일몰을 사랑하는 우리 사장님과 다르게 나는 해가 뜨고 지는 모습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었다. 내가 여태껏 본 일출이라고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억지로 깨워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보는 둥 마는 둥 했던 정동진의 일출 정도이고 일몰은 작정하고 본적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러던 중 크로아티아 여행의 인솔을 맡게 되고 자다르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성 도나트 성당이나 로만 포럼 같은 유서 깊은 유적지를 보기 위함이다. 하지만 숨겨진 일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일몰 감상이다. 날씨나 기타 상황에 따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서 공식적인 일정이 될 수는 없지만 여건이 허락한다면 되도록 보러 가는 것이다.

 

자다르의 석양은 고유명사처럼 쓰일 정도로 유명하고 세계적인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양이라고 극찬한 바도 있다.

 

 

 

 

 

물론 이런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다지 큰 기대도 설렘도 없었다. 해가 지면 지는 거지 뭐. 그러나 그렇게 만난 자다르의 석양은 생각보다 꽤나 아름다웠다. 단지 해가 지는 모습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과 함께 모여 앉아 천천히 하늘색이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자체가 기념할만한 어떤 경험처럼 느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석양을 기다리나보다 싶은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여행 막바지, 두브로브닉에 도착했을 때였다. 구시가지 성벽 안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창밖이 거짓말처럼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지는 태양빛에 집 지붕이며 산과 나무들이 전부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광경은 버스에 있던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게 만들 정도였다.

 

버스가 커브길을 돌아 건물에 해가 가려 보이지 않자 모두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했고 조금이라도 빨리 호텔에 도착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호텔에 도착하자 우리는 모두 로비로 달려가 일몰을 감상했다. 일몰 새내기인 나야 그렇다 치고 우리 손님들까지 전부 경탄해마지 않았을 정도이니 두브로브닉에서 우연히 만난 일몰이 얼마나 멋지고 또 멋졌는지 도무지 말로든 사진으로든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태어나서 이런 일몰을 처음 본 나는 도무지 여운이 가시지 않아 나답지 않게 호텔 앞 해변가에 마련된 비치체어에 누워 또 한참 하늘을 바라봤다. 점점 빛을 잃고 어두워지는 것이 너무 아쉬워 몇 번이고 셔터를 눌렀지만 그 색과 느낌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의자만 옮기면 마흔 세 번의 일몰을 볼 수 있었다던 어린왕자처럼 나도 의자를 옮겨 몇 번이고 그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일몰은 단순히 해가 지는 것, 해가 지는 순간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었다. 천천히 달라지는 하늘빛과 그 모든 기다림이 일몰이라는 걸 나는 크로아티아에서 배워왔다.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