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10. 27. 06:00

 

 

여행을 하다 보면 종종 생각지도 못한 순간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런 순간은 즐거운 여행이라는 레시피에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여행에 실망을 안겨주는 불청객이 되기도 한다. 8월에 다녀온 독일 역시 반전으로 가득했던 여행이었다.

 

첫 번째 반전은 날씨였다. 사실 올해 독일은 꽤 더운 편이었다. 출발하기 불과 5일 전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가이드가 날씨가 너무 덥다고 알려 왔을 때, 인솔자로서 걱정이 앞섰다.

 

 

 

 

 

독일 기후(30도가 넘어가는 날이 연간 10일이 채 안 된다)의 특성상 구시가지 내에 있는 호텔들 중 에어컨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손님들께 미리 독일이 상당히 더울 수도 있다고 강조해서 알려 드렸다.

 

하지만 웬걸? 막상 도착하니 뜨거운 날씨는 초반의 이틀뿐이었다. 나머지는 얇은 패딩을 걸쳐야 할 정도로 서늘했다. ‘더울 것이라는 안내가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반전 덕분에 지치지 않고 여행 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두 번째 반전은 독일 알펜 가도의 산악 열차에서였다. 독일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추크슈피체를 구경한 뒤 산악열차를 타고 다시 지상으로 돌아올 때였다. 우리 일행은 4시 열차를 탑승하기 위해 비좁은 플랫폼 위에서 인파에 섞여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차는 30분이나 연착했다. 놀라운 건 안내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나중에 알아봐도 4시 열차가 그저 갑자기 취소된 것일 뿐이란다. 칼 같은 정확성을 자랑하는 독일이라 무척 의외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기다리는 현지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우리 손님들도 익숙한 듯, 옆자리 여행자와 여유롭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슬며시 미소가 나왔다. 바짝 긴장한 나의 표정이 슬쩍 풀어진 순간이었다.

 

또 다른 반전으로는 독일 음식이 생각만큼 그렇게 짜지 않다는 점이다. 손님 몇 분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여행을 왔는데, 막상 그렇게 짜지 않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독일 정부가 국민 건강을 위해 소금 섭취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번 독일 여행에서 마주친 몇 가지 반전은 즐거운 여행을 만든 감칠맛 나는 조미료가 아니었나 싶다. 고백하건데 출장 중에 만나는 반전은 두렵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다음 여행지에서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약간 기대하는 중이다. [신정원]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