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9. 7. 06:00

 

 

스페인 북부 여행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게르니카. 피카소의 대표작이자 20세기 가장 의미 있는 미술품으로 손꼽히는 게르니카. 하지만 정작 작품의 제목이 실재하는 마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난 6, 스페인 북부 순례 여행에서 게르니카를 방문했다. 1백 명 이상이 사망한 융단 폭격을 받은 곳치고는 아주 작고 소박했다. 이 작은 마을이 왜 나치 공군의 목표물이 된 것일까?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게르니카를 돌아보는 동안 어느 정도는 그 이유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건 게르니카가 바스크 정신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게르니카가 속한 바스크 지방은 지역적 색채가 강한 스페인 내에서도 바르셀로나와 함께 강한 독립성을 가진 곳으로 유명하다. 굳건한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이곳은 스스로 스페인 사람이 아니라 바스크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리적물리적으로는 스페인에 속해있을 지라도, 자신들만의 바스크 정신을 굳건히 지켜나가려는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활의 정신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1937년 당시, 스페인의 극우정권을 이끌었던 프랑코 장군이 내전을 틈타 나치를 이용해 바스크 정신을 말살하려던 것이 바로 게르니카 대학살이었던 것이다.

 

게르니카에서 짧은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국회의사당을 방문하여 조금이나마 게르니카의 상징성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국회의사당 앞에는 스페인 국기와 함께 바스크 지방을 상징하는 깃발이 있었고, ‘게르니카의 나무가 죽은 채로 보관되어 있었다. 게르니카의 나무는 게르니카의 정신을 담은 수호 수()의 일종인데, 지도자가 바뀔 때면 그 나무 앞에서 선서를 할 만큼 게르니카 사람들에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재미난 것은 감정 없는 식물에 불과해 보이는 이 나무들이, ‘게르니카의 나무로 지정되는 순간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시들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 가느다란 가지 위에 바스크의 정신을 짊어지기에는 너무 고달팠던 모양이다.

 

주로 스페인 남부의 해변과 이슬람 문화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스페인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한 여행이었다.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스페인 북부 여행의 시작에서 게르니카를 만난 것은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스페인 북부에서의 시간은 나로 하여금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더욱 사랑하게 해주었다. [최예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