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9. 11. 06:00

 

여행에서 이동은 필연적이지만 그 시간은 자칫 지루하거나 의미 없는 시간으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길에서의 풍경이 여행지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황홀함을 선사해 눈을 깜박이는 시간조차 아까울 때가 있다. 눈을 감으면 아직도 생생히 떠오르는 그 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아이슬란드 : 하이랜드와 피오르드 드라이빙

 

쓸쓸함, 적적함, 황량함 등으로 기억되는 하이랜드의 드라이빙은 내가 손꼽는 길 중 하나인데 꽃이나 나무 하나 없는 그 거무튀튀한 언덕들 사이에 홀로 나있는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내가 혼자 달에 와있는 기분이 들곤 한다. 가히 비어있기에 아름다운 곳이다.

반대로 따사로운 기억의 피오르드 드라이빙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터널 같은 인위적인 시설을 전혀 해 놓지 않아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고스란히 따라가며 달리는 길이다. 30~40분을 걸려 피오르드 하나를 넘어가고 나면 여지없이 다음 피오르드 만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나타나 마치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2. 미국 : 하와이와 미국 서부

 

하와이 빅아일랜드의 그린샌드비치를 찾아가는 길은 모험으로 기억된다. 큰 바위가 길에 알알이 박혀있는 오프로드를 덜컹 거리며 가다보면 옆으로는 어느새 푸른빛 바다가 펼쳐지며 운전자는 한 명의 개척자 마냥 도전의식이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미국 서부 네바다주의 황량한 사막지대 위에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게 이어진 1자 도로! 건물 한 채 없이 탁 트인 땅과 맞은편 차도 오지 않는 이 도로를 외롭게 달리다보면 이때부터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밤까지 이어지는 드라이빙 속에서 온갖 상념으로 복잡한 머리를 식힐 겸 잠시 차를 세워 헤드라이트를 끈 순간, ! 검은 하늘을 거짓말같이 가득 메운 별빛들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3. 중국 : 원양

 

원양에서도 하니족 마을과 그 일대는 매우 특별하다. 해발 약 1800m 되는 깊은 산속의 절벽길을 아슬아슬하게 가다보면 사방으로 하니족의 땀과 세월이 녹아있는 수천 개의 다랑논이 아득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날씨가 안 좋아 짙은 안개에 휩싸일지라도 원양 마을길을 달리는 것은 신비스러운 경험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바이슨 떼를 만난 옐로스톤 국립공원 길,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계곡사이의 70번 도로, 사이프러스 나무가 줄지어선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소박하고 정갈한 길 등등 멋진 곳은 참으로 많았다.

 

보통 여행하면 여행지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멋진 길들을 달리다 보면 마치 근사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게다가 생각치도 못했던 곳들이라면 더더욱! 앞으로 만날 수많은 길에서의 뜻밖의 보너스를 손님들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