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10. 24. 03:32

 

 

여행은 예전부터 나의 단짝이었다. 테마세이투어에 입사하면서 이제는 여행이 업이 되기까지 하였다. 요즘 들어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외국인들의 한국여행이다. 지금까지는 아시아권 출신의 여행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점점 유럽이나 중남미 등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만든 한 여행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다. 시작은 3부작 파일럿이었지만 담당PD도 예상하지 못했던 폭발적인 반응이 나온 덕에 곧바로 정규 편성이 되었다.

 

 

 

 

 

 

이 방송에 출연하는 외국인 여행자들은 서울을 좌충우돌 돌아다니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그러다가 한국을 잘 아는 친구의 인솔(?) 덕분에 서울의 숨어있는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여행에서 정보와 가이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낄 수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제작 의도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의 방송인이 자신의 친한 친구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따로 또 같이 여행하면서 외국인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새롭게 그려내는 것’.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이 문장은 지난 주말 방송을 보며 내가 느꼈던 생각과 깨달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외국인 출연자들은 내가 별다른 감흥 없이 매일 타는 지하철에 대해 냉난방시설과 길 안내가 잘되어 있고 너무 깨끗하다며 감탄했다. 또한 조계사를 방문해서 고층 빌딩들이 빼곡히 서 있는 것도 신기한데 그 사이에 이런 조용하고 평화로운 공간이 있다며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자 문득 세월의 흔적이 물씬 나는 노란색 트램이 포르투 시내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며 신기해하고, 고만고만한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르셀로나 시내를 바라보며 대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없어서 의아해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또한 절(불교문화) 자체가 너무 특별하다는 외국인의 말을 이해 못하는 한국인 MC들에게 알베르토 몬디(이탈리아 방송인)가 날린 한 마디는 무척 신선했다. “외국인에게 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한국인들이 유럽 성당을 보며 느끼는 것과 똑같아요.” 그렇다. 우리도 여행을 가면 이국적인 느낌의 골목을 보며 감탄하고, 완전히 다른 언어들의 뜻도 모르면서 사진을 찍지 않는가.

 

 

 

 

 

이 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진 우리가 평소에 시시하고 대수롭지 않다고 느꼈던 길거리나 사물, 한글 간판과 다양한 문화가 외국인에게는 신기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관심조차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기는 하다. 같은 장소임에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왜 여행자라는 옷을 입으면 보이는 걸까. 아무래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에 그 감정과 생각이 담기기 때문인 듯하다. 아무런 감흥도 없이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으로는 서울이 아름답게 보일 리가 만무하다.

 

아마 제작진도 당연하게, 혹은 평범하게 느껴지는 주변의 수많은 풍경들이 실은 아름답고 특별한 것임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주고자 외국인들의 시선과 말을 빌려서 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은보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