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11. 27. 06:00

 

 

언젠가부터 해외여행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바로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다.

 

이는 관광지화되다라는 뜻의 ‘Touristify’와 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해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린다는 뜻의 ‘Gentrification’의 합성어다. , 유명 관광지에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발생하는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해 거주민이 이주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올 여름, 쏟아지는 관광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베네치아에서는 관광객 유입 반대 시위가 열렸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베네치아의 주민들은 관광객들의 소음과 쓰레기, 치솟는 집값과 물가로 고통 받아왔다. 그 결과 1960년대엔 12만 명에 육박하던 인구가 2017년 현재 5만 명대로 급속히 감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페인의 제 1의 관광도시 바르셀로나 역시 관광객 반대 시위가 열려 관광버스의 타이어를 찢거나, 호텔 창문을 부수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시 당국은 바르셀로나 시내에 호텔 신축을 금지하는 내용의 관광 억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인구의 2배에 해당하는 관광객이 매년 방문하고 있는 스페인은 정부 차원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힘쓰던 대표적인 국가였다. 그러나 원주민의 주거환경을 보장하지 않는 무분별한 관광 산업의 활성화는 이제 스페인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부작용을 자아내고 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는 여름 성수기, 하루 방문객을 8,000명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은둔의 나라 부탄은 이미 관광객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통제하고 있다. 페루의 마추픽추 유적지도 오전, 오후 미리 예약한 사람들만 입장이 가능하다. 아이슬란드 역시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자 정부는 호텔 숙박료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억제에 나섰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대응하는 이 모든 방안들을 마주할 때마다 여행사 직원의 입장에선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호텔, 입장지 예약이 힘들어 고생하고 있는 성수기에 주민들의 감정적인 저항과 물리적인 통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니.

 

그러나 더 이상 관광이 굴뚝 없는 황금산업이 아님이 분명해져가고 있다. 관광업이 활성화될수록 유발되는 각종 공해들로 거주민들이 고통 받는 현 상황이 계속 된다면 결국 모두에게 비극이 될 것은 뻔하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거주민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어떻게 실현 시킬 수 있을지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됐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