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7. 11. 30. 06:00

 

여행사에 근무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종종 ‘OP’‘T/C’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OPOperator의 약자로, 호텔 및 식사 예약 등 여행 전반의 일정을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는 사람이고, T/CTour Conductor의 약자로 여행을 함께하며 현장에서 일정 진행을 통솔하는 사람이다.

 

대개의 여행사들은 OPT/C 업무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 OP는 줄곧 국내에서 여행준비만 하고, T/C는 해외현장에서만 일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달리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원하는 회사 방침에 따라 거의 모든 직원이 OPT/C 업무를 겸한다. 양쪽의 업무를 모두 알아야 균형 잡힌 여행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암튼 OPT/C는 업무가 확연히 다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일한다. 그건 여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예기치 못한 상황들을 미리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변수가 생기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2, 3의 플랜을 미리 확보해두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렇듯 물 흐르듯 한 여행 진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가지만 막상 실전 여행은 변수 투성이다. 하지만 이 변수 관리야말로 유능한 T/C가 되기 위한 중요한 덕목이다.

 

최근 스페인 북부 여행에서다. 열흘간의 출장 중 빌바오라는 소도시를 방문했는데, 그 때 마침 축제가 열렸는지 여기저기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색색깔로 물들이고 있었다. 지역축제는 손님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다. 인솔자 역시 예상치 못한 축제를 만나면 얼씨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곧바로 긴장이 따른다.

 

 

 

 

도보 이동 중에 혹시 손님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소매치기가 노리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너무 많아 다음 스케줄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닐까. 예상치 못한 축제로 만들어질 수 있는 이런 온갖 변수들을 머릿속에 그리다보면 신경이 나도 모르게 곤두서기 마련이다.

 

만약 축제가 열리는 도시가 숙박지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특히 OP들은 이런 도시에서 난데없이 호텔 예약에 애를 먹게 된다. 물론 여행 날짜를 정할 때 이런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지역 색깔이 강한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는 아주 작은 소도시들에서도 독특한 축제가 활발하게 열리기 때문에 이 모든 정보를 사전에 미리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이슬란드는 한정된 호텔 때문에 이를 예약해야 하는 OP에게도, 가이드와 인솔자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T/C에게도 무척 난이도가 높은 지역이다. 지난 아이슬란드 출장에서도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계산한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운전기사 핸들만 숨죽이며 노려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운이 좋았던 걸까? 잘못된 지도로 인해 잠시 트레킹을 멈춰야 했을 때는 발밑이 블루베리 밭이었고, 지름길 대신에 택한 길에는 전통적인 건축 양식의 오래된 교회 건물이 있어 아름다웠다.

 

사실 여행 중 만나는 변수는 대개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어떤 변수도 여행을 준비하는 OP, 진행하는 T/C에게는 달가움보단 긴장의 대상이다. 변수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변수 없는 여행을 만들 수 있을까? 출장을 거듭할수록 우리가 책임지고 만들어가는 여행의 범위도 점점 커져감이 느껴진다. [최예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