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8. 4. 24. 06:00

 

 

요즘엔 터무니없는 공상세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실도 아닌 이상한 현상이 유행하면서 나를 헷갈리게 한다.

 

최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폐가 대표적이다. 솔직히 가상화폐니 블록체인이니 하는 것들은 그 개념조차 완벽하게 이해하기 참 어렵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화폐라고는 하는데 이걸 또 사고팔고 있으니 어찌 보면 현실인 것 같기도 하다. 가상이 현실이고 현실이 또 가상이니 이거야 원, 어려운 화두를 던져주고 선문답을 하자고 덤비는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TV프로그램을 보면 예전엔 없던 현상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타인의 일상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프로그램들이다. 한동안 유명인들의 어린아이들 일상을 추적하는 육아 예능이 유행하더니, 세상에 무슨 맛집이 그리도 많은지 엄청난 양의 먹방이 이어졌다.

 

 

 

 

최근엔 대리 여행프로그램이 TV 채널을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예전처럼 진지하게 여행지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형식도 아니다. 누군가 여행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추적하며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꽃보다 청춘을 필두로 뭉쳐야 뜬다’ ‘신서유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플랜맨’ ‘배틀 트립’ ‘오지의 마법사’ ‘짠내 투어등등.

 

확실히 요즘 세상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 같다. 남이 키우는 아이를 추적하면서, 남들이 요리하고 먹는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면서, 심지어 남이 여행하는 것을 따라보면서 마치 자신이 아이를 키우고 먹고 여행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가상세계에 잠시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난 이런 요즘이 혼란스럽다. 어쩌면 지나치게 많은 정보의 홍수가 가상과 현실을 뒤섞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여행만 해도 그렇다. 수많은 사진자료와 입체적인 영상, 여행 프로그램들, 그리고 넘치도록 많은 여행 후기들을 통해 이미 가상체험을 완료하고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이미 일반화 되었다. 그런 결과, 누군가로부터 듣고 보았던 대로, 남들이 이미 했던 대로 따라하는 것이 요즘 여행의 새로운 패턴이 되고 있어 씁쓸하기 까지 하다.

 

그러다보니 막상 여행지에서는 신선함 또는 호기심이 반감되어 여행이 다소 싱거워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는 가상의 세계로,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면 안될까? 곧 현실이 될 것을 굳이 가상현실로 만들어 미리 알 필요는 없지 않을까?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너무 많이 알아서흥미 없는 여행이 될까 우려된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