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12. 18. 06:00

 

 

나미비아의 한 호텔에서 손님 가방 하나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나는 곧장 가이드인 기드온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렸고, 버스에서 내리지 않은 것 같으니 같이 가보자는 말을 덧붙였다. 가이드는 곧장 내려왔고, 버스에 가보니 짐은 넣어두었던 방향의 반대편에 떨어져 있었다. 정말 다행이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손님이 계신 객실로 올려다 드렸다.

 

그때 가이드는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고맙다는 말은 내가 해야 하는 건데, 그냥 친절이 몸에 밴 의례적인 인사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이드는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고 했다. 본인이 지금까지 만난 동양인들은 보통 가방이 없어지면 기사나 호텔직원을 먼저 의심한다는 것이었다. 의심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방이 없어진 것에 대해 질책부터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심 없었던 나에게 연신 고맙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얘기는 저녁식사 시간까지 이어졌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나미비아를 찾는 수많은 여행자들과 함께한 그는 독일그룹과 한국그룹 두 팀이 동시에 투어를 요청한다면 독일그룹의 가이드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독일 식민지였던 나미비아의 원주민인 그가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예전에 있었던 몇 가지 얘기를 들려주었다.

 

동양인들은 처음 공항에서 만날 때부터 뭔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자기를 쳐다본다고 했다. 그리고 반갑다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해도 받아주지 않거나, 받아주더라도 손끝만 살짝 댔다가 이내 떼버린다고 했다. 또한 투어 중에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도 못하게 하고 사진도 함께 찍자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했다.

 

반면 독일 사람들은 여행 내내 정말 친한 친구처럼 편하게 같이 여행을 즐긴단다. 그래서 동양인이 왜 본인을 그렇게 대하는지 늘 궁금하다고 했다. 왜 그런지 정말 궁금하다는 말에 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왠지 나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처럼 순간 당황했다. 사실 나도 흑인 친구들을 만나기 전에는 막연한 편견이 있었다. 아프리카에 오기 전, ‘아프리카는 덥다’, ‘아프리카는 가난하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난 23일 동안 우리 일행들이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재빨리 필름을 돌려보았다. 다행히 우리는 기드온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사진도 찍고 사막에 갔을 때는 함께 손을 잡고 모래 사구를 내려오기도 했었다.

 

나미비아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왈비스베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기드온과 나눴던 얘기를 우리 일행들에게 해드렸다. 그리고 동양인에 대한, 한국에 대한 기드온의 편견을 깨주고 가자는 한마디도 남겼다. 공항에 도착해서 기드온과 마지막 인사를 하며 우리는 뜨거운 허그로 감사의 마음을 대신했다.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를 바라면서.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