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1. 29. 06:00

 

 

부탄이라는 나라에 한 번쯤 관심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공통적으로 부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라는 질문을 한 번쯤은 던지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부탄이 늘 행복의 나라’, ‘지구상의 마지막 남은 샹그릴라등의 멋진 수식어들을 달고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부탄에 대한 사실만 몇 개 들여다봐도 이 나라가 참 특별한 나라라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국가가 GDP를 높이는 일보다 그들만의 국정 운영 철학인 국민총행복이라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의 개념을 만들어 더 중시하고, 국토의 60%가 자연그대로 유지되도록 개발하지 않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왕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실행한 나라가 바로 부탄이다.

 

 

 

 

그런데 이런 숱한 사실들을 읽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럴싸해 보이긴 하는데 현실성이 있는 건지,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이 진짜 행복한 건지 말이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을 안고 다녀온 최근 부탄 여행에서 나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게 정답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더 이상 그것이 궁금해지지 않을 만큼 가슴에 쿵 하고 와 닿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해답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우리를 안내해주던 부탄인 가이드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부탄 사람들은 사원을 방문할 때면 누구나 세 가지 기도를 드린다고 말을 시작했다. 첫 번째는 가족의 안녕을, 두 번째는 왕가의 안녕을 위해 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국왕을 지극히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건 익히 들어왔기에 여기까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세 번째 기도의 내용을 들었을 때 머리에 작은 전율이 일었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 번째는 다시 태어나도 부탄에 태어나게 해달라고 빌어요.” 그는 특별할 것도 없다는 냥 덤덤하게 말했다. 부탄사람에게는 사원을 방문하는 것이 일상의 일부다. 그렇게 일상적으로 바라는 일 중 하나가 부탄에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니.

 

 

 

 

그 순간 부탄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까?’라는 의문은 사라져버렸다. 때로는 전기가 끊기고, 따뜻한 물이 안 나오는 불편한 생활을 하지만 그들은 부탄에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한다. 내가 만난 부탄사람들이 눈에 보이게 아주 행복해하거나, 아주 순수하고 소박한 삶만을 이어가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며 인터넷을 확인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자연을 사랑하고,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낀다. 단정하게 갖춰 입은 전통의상 위에 국왕의 사진이 담긴 배지를 자연스럽게 달고 다니는 모습이 꼭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것처럼 진실하고 꾸밈이 없다.

 

부탄은 국민총행복(GNH)이라는 지수를 세워 자신들이 행복한 나라라고 자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참 멋졌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