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2. 1. 03:09

 

중국 소주(蘇州)의 사자림(獅子林)에 가면, 원나라() 때 조성된 미로 같이 얽힌 돌정원이 있다.

 

이 복잡한 미로 정원에서 길을 잃었던 청() 황제 건륭제(乾隆帝)는 친필로 진취(眞趣)’라고 적은 현판을 집주인에게 서사했다. 참 진()에 재미 취(), 말 그대로 진짜 재밌다는 의미다.

이번 강남수향 여행은 우리도 건륭제처럼 진취(眞趣)했다.

 

 

 

 

강남수향에 대해 잠시 얘기 하자면, 7세기 수나라 양제가 경주(京州)와 항주(杭州)를 잇는 경항대운하(京杭大运河)를 건설하면서 하나, 둘 물가에 마을이 들어섰다. 이 마을들은 수로를 통한 물자 교역에 나서면서 오랫동안 부를 누려왔다. 우리 여정은 이 많은 마을들 중 중국인들이 손꼽는 가장 아름다운 수향 4곳을 골라 둘러보는 것이었다.

 

사실 강남수향 여행은 아주 매니악한 여행이다. 5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4개의 수향마을을 집중적으로 보는 여행이니 어찌 보면 한옥마을을 보러 전주, 안동, 낙안읍성을 한 번에 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혹 손님들이 지루해하지 않을까 여행 전 약간의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첫 수향인 서당부터 마지막인 소주까지 각 마을의 매력은 확연히 달랐다. 서당은 투박하고, 오진은 세련되었다. 주장은 예스러웠고, 소주는 현대적이었다. 낮에는 골목을 탐험하는 관광객들로 명랑했고, 저녁은 화려했다. 서당에는 홍등이 가득했고, 오진을 비추는 조명은 우아했다. 그리고 소주 시내의 저녁은 중국의 빠른 발전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했다.

 

 

 

 

수향은 무엇보다 아침이 좋았다.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과 아침을 차리는 아주머니들, 배를 정비하는 뱃사공의 모습에서 화장기 없는 중국의 수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정취 외에도 먹거리, 치안, 역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짧은 비행시간까지 모든 요소들이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굳이 아쉽다면 우리가 갔던 11월 초는 건조해져 가는 시기여서 한 번도 물안개가 핀 수향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행 중 한 분은 물안개를 내 놓으라!”는 장난기가 어린 요구를 쏟아내시기도 했다.

 

여행이나 인솔을 다녀오면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화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관광지가 기억에 남는다. 반면에 강남수향은 여행 내내 느꼈던 여유로움이 은은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