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7. 12. 14. 06:00

 

 

2007730,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 의원이 발의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죄결의안(HR121)이 미국 하원에서 채택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공개 청문회에는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김군자 할머니, 그리고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가 증인으로 참석하여 당시의 참혹한 실상을 용기 있게 증언하며 진실을 세계에 알렸다.

 

 

 

 

2007년의 지난 이야기가 현재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이유는 이용수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때문이다. 원칙주의자인 9급 공무원과 오지랖 넓은 고집불통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나도 엄마와 이모를 모시고 가서 봤는데, 소소하고 깨알 같은 재미도 있고 종반부에는 위안부라는 역사적 진실 앞에 폭풍 눈물을 흘리게 된다.

 

특히 영화에서 재현한 HR121 공개 청문회 장면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는 일본의 뻔뻔한 태도에 절로 분노함과 동시에 2007년에 저런 일이 있었던 것도 몰랐던 나의 무지와 또 굳이 알려하지 않고 무시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얼굴 화끈거리는 순간이 출장지 아르메니아에서 발생됐다.

 

코카서스 3국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는 가슴 아픈 집단학살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이 자국 내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인 150만여 명을 처참히 살해한 사건으로, ‘오로라(Aurora)’라는 한 소녀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20세기 첫 제노사이드라고 불리는 이 엄청난 사건은 1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당사자 터키의 부정은 물론, 미묘한 국제적 상황에 의해 대다수의 나라에서 집단학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역사를 부정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일본과 터키에 맞서 피해자임에도 진실을 증명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아르메니아의 입장은 묘하게 비슷하다.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관에서 현지 가이드 다이애나의 설명을 들으며 집단학살과 관련된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그녀의 태도가 매우 인상 깊었다.

 

아르메니아 고문서를 보관하고 있는 마테나다란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여러 수도원에서도 아르메니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지만, 특히 이곳에서는 외부인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그녀의 열정과 절실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다이애나. 그녀는 충분히 나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었다. 어쩌면 위안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준비되지 않았고, 질문을 받지 않은 상황에 안도하며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