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2. 22. 06:00

 

 

한 장의 사진이 사람의 가치관을 바꾸기도 하고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내가 스티브 맥커리의 일명 아프간 소녀로 불리는 사진과 마주한 후 사진 속 그 소녀의 초록 눈빛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이 전쟁을 겪고 있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나를 국제구호단체에 기부까지 하게 만들었다. 분명 사진은 열 마디 말보다 큰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이번 휴가 때도 사진이 나의 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루핀꽃이 흐드러지게 핀 뉴질랜드 남섬을 생각하며 약 20일간의 여정을 준비했다. 뉴질랜드를 다녀온 사람 백이면 백 모두 남섬이 더 좋다고 하길래 나도 북섬은 살짝 보고 남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맘먹었다.

 

 

 

 

하지만 인터넷에 뉴질랜드를 치는 순간 눈길을 사로잡는 한 장의 사진이 있었다. 바로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에메랄드 호수였다. 화산 분화구 옆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는 호수는 정말 이름그대로 에메랄드빛이었고, 나에게 꼭 만나자고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호수를 만나기 위해서는 왕복 8시간의 트레킹을 해야만 했다. 등산을 좋아하는 것도 아닌 내가 그것도 짧은 일정 중 하루를 꼬박 투자해서 다녀와야 하는 여정에 순간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사진의 강렬한 인상 덕에 결국은 한번 가보자 마음을 굳혔다.

 

그 다음 여정도 사진으로 만난 또 다른 산이었다. 호수에 비친 흰 눈이 쌓인 원뿔형 화산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신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사진으로 끌리는 곳을 이곳저곳 찾아 엮으니 일정의 절반이상이 북섬으로 채워졌다.

 

 

 

 

많은 고민 끝에 남섬의 아쉬움을 갖고 떠난 뉴질랜드 여행. 한국으로 돌아 온 지금은 루핀향 가득한 남섬도 물론 좋았지만, 그 보단 다양한 북섬의 모습에 흠뻑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용한 해안마을 파이히아에서의 휴식 후 북섬의 끝 레잉가곶에서 만난 하얀 등대와 푸른 바다, 뉴질랜드에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사막같이 거대한 해안 사구, 뉴플리머스로 가던 길에 운 좋게 만난 기암괴석의 해안과 나니아 연대기의 촬영지로 유명한 코로만델 반도의 Cathedral Cove, 아직도 화산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화산섬에서 헬멧과 방독면을 쓰고 다니던 순간, 그리고 나를 뉴질랜드 북섬으로 이끌었던 사진의 두 산들 등등.

 

누군가 나에게 뉴질랜드 남섬이 좋아요 북섬이 좋아요?’ 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북섬이요!’ 라고 대답하겠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