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2. 5. 06:00

 

 

 

스무 살 여름방학,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기 전 집 근처 서점에 가 커다란 세계 지도 한 장을 샀다. 지도를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들을 스티커로 표시해 동선을 확인하며 계획을 짰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벽에 그 지도를 붙여놓았다. 앞으로 이 지도위에 스티커를 더 늘려가겠노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사하면서 그 지도는 둘둘 말려 창고행이 되었다. 때문에 그 후로도 방학 때마다 여행을 다니고 여행사에 취업까지 했으면서 한 번도 지도위의 스티커를 업데이트 하지 않았더랬다.

 

그러던 중에 얼마 전 웹서핑을 하다 ‘been’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발견했다. 전 세계의 나라들 중 자신이 가본 나라를 체크해볼 수 있는 어플이다. 대륙별로 국가가 구분되어 있고 이 중에 가본 적 있는 국가 이름을 선택하면 지도에 그 나라가 색칠되는 형식이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나 일부 손님들만큼의 여행 경력은 아니지만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어플을 다운받아 체크를 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유럽 24%, 아시아 14%, 북미 4%. 전체로 따지면 9%. 바티칸 시국까지 쥐어짜서 체크했건만 이 세상은 너무나도 크고 나라들은 또 이렇게나 많았던 거다.

 

사실 나라이름을 체크하는 단계에서 이미 예측 가능한 결과였기는 하다. 이름은 알지만 못가본 나라는 그렇다 쳐도 처음 들어 본 나라이름이 어찌나 많던지.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리스트에 누락된 나라들도 몇 있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지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