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3. 12. 06:00

 

 

 

 

 

지난 12, 대학생 때의 배낭여행 이후 두 번째로 인도를 방문했다. 출장 전은 항상 긴장 어린 설렘이 가득했지만, 이번 여행은 특히 더 그랬다. 워낙에 좋아하던 나라이기도 했고, 배낭을 메고 왔을 때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는 나의 예상과는 다른 반전 매력으로 다가왔다.

 

여행 준비부터 모두가 가장 걱정했던 건 극심한 대기오염이었다. 각종 매체에서 독가스실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기오염지수가 높았던지라, 이 때문에 여행을 포기하신 분들도 있었다. 역시나 처음 도착했던 델리와 후에 방문한 바라나시는 배기구에 코를 집어넣은 것 마냥 공기가 나빴다. 그러나 오차, 카주라호는 청명한 하늘과 맑은 공기로 기대치 않았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

 

또 하나의 걱정은 물갈이로 인한 배탈이었다. 배낭여행 때 배탈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던 나로서는 이게 가장 큰 염려였다. 하지만 배탈은커녕, 음식이 매번 너무 맛있어서 평소 현지 음식을 잘 못 드신다던 분도 살이 더 쪄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남기기도 하셨다.

 

세 번째 걱정은 ‘Indian Time’이었다. 배낭여행 때야 남는 게 시간이지만, 인솔자로 온 이번의 상황은 달랐다. 기차역과 공항에 들어서며 항상 연착, 취소 걱정을 했다. 그러나 5분 늦는다던 기차는 믿기 힘들게도 정확하게 5분만 늦었다. 한편으로는 인도 여행의 꽃(?)지루한 기다림을 체험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마지막은 치안이었다. 모두가 인도여행을 고려할 때 치안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인도는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긴장했던 분위기와 달리 여행 내내 안전했던 탓에 일행들이 너무 멀리 흩어져서 인솔자는 오히려 힘들었다.

 

 

 

 

이처럼 고생이라는 단어가 콕 박힌 인도 여행도 점점 변해가는 듯하다. 위의 사례들처럼 여행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해가지만, 달리 보면 인도여행의 매력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여행객의 손을 많이 타서 한국인이 오면 한국어를 배우는 학교로, 일본인이 오면 일본어학교로 둔갑해 기부금을 받는 일회성 학교도 봤으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여전히 말을 먼저 거는 사람들은 대개 작은 사기라도 치려고 들었고,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인도인들은 여전히 태평하게 “No problem!”을 외쳤다. 으리으리한 호텔과 대비되게 주차장과 기차역에는 아이를 안고 구걸하는 여인과 기형적인 신체를 가진 장애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바라나시는 여전히 혼돈, 그 자체였다.

 

보통 인도는 여행자의 종착역이라고 표현된다. 출장 전 교육을 받다가 예전에 인도를 왜갔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 지금껏 내가 본 인도는 장님 코끼리 만지듯 본 정도가 전부인지라 대답은 그때도 지금도 못할 것 같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인도 여행은 많은 것을 포기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기대하지 않던 선물을 받는 순간이 꼭 있다. 이런 반전 매력이 인도를 더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인도 여행을 한 번 더 보내달라고 해야겠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