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4. 13. 06:00

 

 

 

 

베트남의 엄청나게 큰 화폐단위는 여행자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지폐에 새겨진 수많은 ‘0’때문에 계산실수를 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 돈 10,000원이 베트남에선 200,000 (Dong. 베트남 화폐 단위)이 넘으니 헷갈리기 딱 좋은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나는 지난 베트남 출장에서 손님들께 매일 주의해 달라고 당부 드렸다.

 

하지만 여지없이 사건이 터졌다. 베트남 중부의 아름다운 도시 호이안에서 투어를 마치고 1시간정도 자유 시간을 가졌다. 나는 베트남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를 사고 싶었다. 이동이 많은 다음날 일행들을 웃게 할 소소한 에피소드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모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포기하려는 찰나 눈에 들어오는 아오자이가 있었다. 하지만 입어보니 역시나 몸집이 날렵한 베트남 여인들과 달리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맞는 사이즈를 찾아오겠다고 떠난 가게 주인마저 함흥차사라 마음이 더 급해졌다. 결국 가게 주인과 흥정도 제대로 못하고 돈을 냈다. 그리고 서둘러 모임 장소로 뛰어갔다.

 

 

 

 

숙소에서 다시 입어본 아오자이는 밝은 주황빛에 꽃이 수놓아져있어 마음에 쏙 들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기억 속 금액이 맞는 건지 재차 확인했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럴 수가. 아오자이가 12만 원이었다. 가게 주인이 2,400,000동이라고 계산기로 찍어줬는데 급한 마음에 0 하나를 뺀 240,000동이라고 보고 한국 돈으로 12천 원이면 싸네.”라는 생각으로 산 것이다.

 

얼른 다른 구입 후기들을 찾아보니 열심히 흥정하면 4만원, 아주 비싸게 맞춤옷을 해도 6만원이면 충분했다. 2배 이상 바가지를 쓴 것이다. ! 손님들에게 여행 초부터 그렇게 누누이 당부해놓고 내가 사고 치다니.

 

다음날 아오자이를 입고 로비로 나가니 많은 분들이 잘 어울린다며 기념사진을 함께 찍으셨다. 그리고 나의 아오자이 사태 이야기를 들으며 폭소를 터뜨리셨다. 손으로 수를 놓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라며 달래주는 분도 계셨다.

 

티가 나진 않았겠지만 엉뚱하게 돈을 써서 사실 속이 쓰렸다. 하지만 아침부터 즐겁게 웃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이 사건 또한 손님들의 베트남여행 속 즐거운 추억이 되리란 점에선 나쁘지 않은 지출이었다. [은보배]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