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3. 15. 06:00

 

 

저마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나는 작품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표면의 질감이나 터치를 자세히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미술관에서 이렇게 작품을 감상하기에는 사실 여의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인기가 많은 작품의 경우에는 작품 앞에 몰려있는 관람객들 탓에 원하는 만큼 충분히 가까이가기가 쉽지 않고 비교적 한산한 전시실이라 할지라도 너무 혼자 작품을 가리고 가까이 서있는 것이 민망해져 금세 자리를 뜨게 되기 십상이다. 때로는 작품에 너무 근접해 있는 나를 향한 미술관 스텝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나의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고 원하는 대로 마음껏 작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하나 있다. 바로 구글 아트 카메라. 이 카메라는 구글 문화 연구소의 주도로 회화 작품을 초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아트 카메라는 작품을 구역별로 나누어 클로즈업하여 반복적으로 촬영하고 레이저와 고주파 음파로 초점을 잡는다. 그리고는 촬영된 각 구획의 사진을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조합한다.

 

이렇게 촬영된 초고화질 작품은 구글에서 아트 카메라를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미 고흐, 모네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포함한 1천점 이상의 작품이 이 카메라로 촬영되어 올라가있다.

 

사이트에 들어가 작품을 클릭해 확대해보면 그야말로 경이롭다. 무려 10억 화소라고 하니 이정도 까지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확대가 되는데 조금도 화면이 깨지지 않고 또렷하게 보인다. 뭉쳐있는 물감의 질감이나 스치고 간 붓의 흔적, 갈라진 캔버스의 표면까지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육안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트 카메라 사이트에서 가장 구경하기 재미있는 작품들은 역시 색채와 질감을 강조하는 인상파 작품이다. 모네의 <수련> 같은 작품의 한 구석을 찍어 끝까지 확대해보면 거친 터치의 물감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참 요리조리 들여다보다 어느 순간 확 축소시키면 그 어지러운 물감 뭉치들이 어느새 꽃이 되고 풀이 되어있다. 이렇다보니 작품을 하나 골라 구석구석 들여다보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기도 한다.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명화들을 집에서 이렇게 마음 편히 뜯어볼 수 있다니! 마치 그림을 내가 전세 낸 것처럼 실컷 독점하는 기분에 즐겁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또 새로운 욕구가 스멀스멀 자라난다. 이 작품을 꼭 내 눈으로, 실물로 봐야겠다는 마음 말이다. 그러려면 방법은 단 하나, 여행뿐이다.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