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3. 19. 06:00

 

 

출근길에는 자주 인터넷 뉴스를 열어보는데,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다. 용어 사전을 찾아보니 VR은 간단히 말해 컴퓨터를 통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최첨단 기술이라고 한다.

 

아마 요즘 쇼핑몰이나 지하철 역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헤드셋과 비슷한 VR기기를 머리에 쓰고 체험하는 사람들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최첨단 IT기술에 관해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미 이 VR이라는 기술이 사회 여러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1년 전인가 놀이공원을 갔었는데 롤러코스터를 포함한 온갖 놀이기구들이 VR기술을 접목한 체험 형 놀이기구로 변신해 있어서 어렸을 적 내가 기억하던 놀이공원과는 많이 달랐다.

 

 

 

 

또 스위스의 한 거래처에서는 얼마 전 우리 사무실을 방문해 새로운 프로그램과 방문지를 홍보하기 위해 VR기기를 직접 들고 와서 시연하기도 했다. 그들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스위스의 아름다운 경관이 담긴 비디오파일을 VR을 통해 보니 마치 알프스의 산 위에 내가 진짜로 올라가 있는 느낌이었다. VR 헤드셋이 구현해 내는 가상현실은 정말 상상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하면서 재미있고 마냥 신기하기도 했지만 여행사 직원인 나는 한 편으로 문득 걱정이 됐다. “한 번의 체험으로도 이렇게 정말 스위스에 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나게 할 수 있다니!, 이제 조금만 있으면 사람들이 여행 갈 필요도 못 느끼게 되는 거 아냐?”하고 말이다.

 

하지만 지난 여행들을 돌이켜보니 그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가상현실이 충족시켜줄 수 없는 수많은 매력을 여행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하는 여행은 단지 공간에 대한 기억뿐만 아니라 그 순간 살에 스치는 바람, 공기의 온도, 새로운 장면에 관한 설렘과 두려움, 현지인들이 나를 보고 짓는 표정, 길거리에서 사먹은 간식의 맛,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 등 총집합체적 감동의 꾸러미(?)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아마 미래에는 이런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모든 것을 총 동원한 가상현실이 재현되는 기술도 분명 나오겠지만 그래도 난 내가 실제로 하는 여행이 그 어떤 것보다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갈망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에는 점점 더 가상으로 대체될 수 없는 현실이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그 얼마 없는 것들 중 하나를 꼽는다면 아마 여행이 아닐까 싶다.

 

오늘 영하 17를 기록한 너무나도 추운 출근길에서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건 오직 여행만이 내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