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6. 7. 06:00

 

 

지금까지 해외를 오가며 다양한 저가항공사를 이용한 나지만, 입이 떠억 벌어질 정도로 황당했던 항공사를 꼽자면 미국의 스피릿항공사(Spirit Airlines)가 아닐까 싶다. 이 항공사는 운항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서비스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테면 공항에서 탑승권 프린트 및 체크인 카운터 이용비용을 내야 한다든지, 기내에서 물 한 잔 조차 돈 내고 사 마셔야 한다. 물론 워낙 악명이 높다보니 이용하는 손님들은 기내 서비스 같은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6년 시카고에서 LA로 가는 졸업여행 당시 나는 스피릿 항공을 처음 이용하는 승객이었고, 그저 저렴하게 항공권을 샀다는 사실이 즐거울 뿐이었다.

 

 

 

 

여행 당일, 비행기에 탑승하니 터무니없이 좁은 좌석 간격에 종전의 만족감은 없어지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저가 항공사를 표방한다지만 무릎조차 제대로 펼 수 없는 좌석에 구겨 앉아 있으니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내가 앉은 좌석 간격은 28인치(71cm. 참고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보통 86cm)로 여타 저가항공사의 좌석 간격과 비교해도 확연히 좁았다. 그 좌석은 정말 승객의 편의는커녕 건강을 해치는 수준은 물론 비상사태 발생 시 안전에도 크게 영향이 있을 법한 규격이었다.

 

사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저가 항공사나 일반 항공사에 관계없이 비행기 좌석 간격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2018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에서 다소 충격적인 모양새의 항공 좌석이 나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탈리아 항공좌석 제조업체인 아비오인테리어(Aviointeriors)에서 나온 이코노미 좌석이 그것이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좌석간격이 23인치(58cm)로 입석(?)이나 다름없는 구조다. 이 좌석의 이름은 스카이라이더 2.0’으로, 마치 말 안장위에 올라가 있는 듯 다리로 체중의 일부를 지탱해야 한다. 스카이라이더 2.0을 기내에 배치할 시 수용 가능한 승객 수가 20% 가량 늘어난다고 하는데, 불행 중 다행인지 아직까지 제작 주문을 요청한 항공사는 없다고 한다.

 

항공업계에선 과거의 좌석이 컸을 뿐, 현재의 좌석 크기가 결코 좁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수익을 내는 것이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라지만,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좌석을 억지로 줄이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싶다. [신정원]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