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8. 9. 5. 06:00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악명 높다. 50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에서는 악취가 진동하고, 마을 공용 펌프의 물은 세균 감염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4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두 명이 겨우 다리를 뻗을 수 있는 비좁은 방에는 모기는 물론 빈대와 벼룩이 언제 공격해 올지 알 수 없다. 쥐가 방안까지 침투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이 빈민가에서 하룻밤을 묵는 여행상품이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여행상품의 취지는 빈민가에서 그들과 함께 하룻밤을 지내면서 빈민문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여행 경비 중 35,000원 가량의 하룻밤 숙박비는 방을 제공하는 현지 빈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니 현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부연 설명도 곁들여진다.

 

10여 년 전에 등장한 빈민가 투어는 점차 확산하는 추세에 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찬반논쟁도 뜨겁다.

 

뉴욕타임지는 빈민가 투어에 대하여 부자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관음증에 불과하다고 혹평하면서 차라리 기부를 하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나이로비 빈민가에 사는 오데데씨는 이틀 동안 굶주린 나를 향해 그들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라며 관광객들을 막아줄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

 

반면에 빈민들과 소통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빈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동시에, 현지 가이드 채용을 통해 고용이 창출되는 등 현지인들의 자활 의욕을 높일 수 있다는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꼭 빈민가 투어라는 용어는 쓰지 않더라도 여행자들에게 빈민들이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부터가 그렇다. 아프리카 남아공에서의 타운쉽, 캄보디아 톤레삽 호수의 수상가옥촌, 인도 바라나시의 거지들, 그리고 문명화되지 않는 오지마을 여행 등에 흥미를 갖는 것이 그렇다. 물론 이러한 방문지들은 문화탐방의 일환이지 빈민들을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그들의 생활환경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때로는 그들처럼 힘들게 살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젖기도 하고, 의외로 해맑은 그들의 표정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또한 우리가 갖지 못한 정서적 풍요로움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위에 소개한 것처럼 빈민들의 생활을 체험하겠다는 식의 빈민가 투어는 썩 내키지가 않는다. 물론 빈민가 투어에 대한 찬반여부는 개인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꼭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관광객의 입장이 아니라 현지 주민들의 입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빈민가를 돌아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불편해 한다면 그건 가진 자의 일방적인 폭력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본인도 모르게 우월감을 저변에 깔고 빈민가를 들여다본다면 더욱 곤란하다. 행여라도 알량한 동정심을 인도주의라고 착각하는 오만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