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8. 5. 31. 06:00

 

 

 

 

여행의 강한 중독성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바다.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무기력감은 물론 우울증까지 앓을 정도이니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참 어려운 것이 여행 중독증이다.

 

그런데 여행에만 중독성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에도 중독성이 있는 곳이 있다. 젊은 시절엔 덕유산 중봉 인근의 덕유평전이 그랬고 변산반도의 채석강이 그랬었다. 마음이 답답한 날이면 문득 떠올라 먹먹하게 다가오는 그리움에 몇 번을 다녀왔는지 셀 수도 없다. 그곳들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치유의 장소였던 것 같다.

 

중년을 넘어선 이즈음엔 남미 안데스의 알티플라노 고원이, 청해성과 내몽골의 바단지린 사막이 그런 곳이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청해성과 내몽골은 더욱 그렇다. 벌써 6년 째, 매년 7월이 되면 여지없이 청해성의 꽃밭과 내몽골의 바단지린 사막을 찾았었다. 6년을 연속해서 가다보니 작년에는 올해까지만 내가 출장가고 내년부터는 직원들을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차다.

 

 

 

 

하지만 올해 다시 7월이 코앞에 다가오자 슬슬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산등성이 너머 눈길이 닿는 곳까지 온통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 청해성의 산하와 융단처럼 펼쳐지는 기련산맥의 푸르른 초원이, 칠채산의 기이한 풍광이 다시금 눈앞에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프를 타고 질주하던 바단지린 사막의 다이내믹한 곡선이 상상만으로도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아마도 청해성과 내몽골에 깊이 중독되었나보다.

 

하지만 올해에는 나대신 다른 직원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중독에 따른 금단증상이 찾아왔다. 왠지 모를 그리움이라고나 할까, 자꾸만 지난 사진을 뒤적거리게 되고 출근길에 지나가는 지프형 차량만 봐도 사막을 내달리는 상상을 하게 되니 말이다.

 

결국, 올해의 청해성과 내몽골출장자를 내 이름으로 살며시 바꿔 넣고 말았다. 그리움에 중독됐으니 결국 떠나는 수밖에.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청해성과 내몽골 여행이기에 조금은 더 각별하게 기억하고 와야 할 것 같다. 답답할 때면 아련한 기억으로나마 떠올릴 수 있는 나만의 그 곳으로 간직될 수 있도록.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