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5. 15. 06:00

 

 

 

 

 

나에게 이슬람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어릴 적 아침밥을 먹다가 뉴스에서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우리나라 사람이 이라크에서 참수를 당한 사건도 겪었다. 처음 접한 이슬람이 테러인지라, 이후에 만난 이슬람 문화에도 내심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이미지를 가진 채 모로코 여행을 시작했고, 이런 편견은 완전히 깨져서 돌아왔다.

 

이슬람교는 기본적으로 평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이는 무슬림의 일상 인사말인 앗 살람 알라이쿰(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에서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인구의 98% 이상이 무슬림인 모로코 사람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착했다. 가까이는 버스 기사와 조수부터 식당이나 호텔에서 만난 직원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다정하게 모로코를 소개해줬다. 한 호텔직원은 말만 걸면 용수철 튀어 오르듯 벌떡 일어나 말 걸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관습이나 금기도 납득할 만한 배경이 있었다. 돼지고기의 경우 비위생적인 돼지의 습성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려 금기되었다. 그리고 이슬람하면 흔히 떠올리는 일부다처제는 전사자의 미망인과 고아를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였고,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히잡과 부르카는 적군으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였다.

 

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한 손에는 코란, 한 손에는 칼은 서양 사람들이 오랫동안 이슬람교를 호전적인 종교로 묘사하며 이슬람교의 폭력성을 부각시킨 말이라 했다.

 

 

 

 

이번 여행으로 이슬람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도 바뀌었다. 모로코 여행은 우리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이동이 좀 더 많은 편이었는데, 봄의 모로코는 이동하는 데 지루할 틈이 없었다. 창밖으론 아프리카의 황량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아틀라스 산맥을 오를 때는 설경이, 하산 할 때는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펴있었다. 로마 유적지 볼루빌리스를 가득 채웠던 야생화 아스포델루스는 온종일 눈에 아른거릴 정도로 예뻤다.

 

여기가 아프리카 맞나?’ 싶을 때 즈음, 사하라가 펼쳐졌고 사방이 황폐해졌다. 붉은 사막을 거닐 때는 어린왕자를 읽으며 상상했던 풍경 속에 와있는 것 같아, 괜스레 울컥하기도 했다.

 

물론 바뀌어가는 다양한 풍광도 너무 좋았지만, 풍광이 바뀔 때마다 날씨도 같이 시시각각 변해 여행 동안 사계절을 모두 겪게 되었다. 우리 꼴이 마치 얼고 녹고를 반복하는 냉동만두가 된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종교와 자연 외에도 모로코에는 정말 많은 색깔이 있었다. 베르베르인과 아랍인, 로마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 마라케시의 붉은 색과 쉐프샤우엔의 푸른색, 알록달록한 페스의 가죽 무두장. 마치 팔레트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색으로 모로코라는 여행을 채우는 것 같았다.

 

여러 글에서 모로코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축복 받은 땅’, ‘아프리카의 보석이라 표현한다. 모로코를 여행하며 다양한 색을 담다보면, 누구든 이 보석의 진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