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5. 17. 06:00

 

오늘 오로라가 뜰까요

 

역시나 이 질문을 받을 때가 되긴 했다. 오로라 관측 시도 마지막 날 새벽. 밖에 낀 짙은 구름처럼 티피 안도 구름이 낀 듯 묵직한 긴장감이 돌았다.

 

 사실 관측 첫날 오로라가 떴지만 그 오로라만 보고 돌아가기엔 아쉬웠고, 어제도 종일 구름이 껴서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때문에 조급해진 나는 손님이 물어보기 전에 내가 하늘에게 징징거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일단 답변을 위해 예전의 경험을 살려 티피 안에서 짤막한 오로라 강의 및 Q/A 시간을 가져보았다.

 

오로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준비물은 태양에서 쏘아 보내는 전하 입자들과 거대한 자석인 지구이다. 태양의 전하 입자들을 보통 지구의 자기장이 막고 있는데, 다 막지는 못하고 그 일부가 극지방의 자력선을 따라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 입자들이 지구의 대기와 만나 빛 에너지로 전환될 때 보이는 것이 오로라이다. 때문에 오로라는 우주에서 볼 때 양 극지방에 왕관 모양으로 관측된다.

 

 

 

 

그럼 오로라는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 오로라는 극지방에서만 관측되기에 일단 극지방으로 가야한다. 어두워야 보이기 때문에 밤이 되어야 하고, 구름 위에 뜨기 때문에 날씨가 맑아야 한다. 날씨가 흐리면 아무리 하늘 위에서 오로라가 춤을 추고 있더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질문이 이어진다. “이렇게 날씨가 흐린데, 우리는 오늘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요?”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이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방문하는 옐로나이프 지역은 오로라 관측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하지만 예전에 이곳에서 일했을 때 어떤 날은 맑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오로라가 뜨지 않았고, 반대로 구름이 짙게 낀 날에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오로라가 보인 날도 있었다. 심지어 눈이 사락사락 내리는 와중에 환상적인 오로라가 나온 걸 봤을 때부터는 아예 예측 자체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곳은 날씨가 워낙 금방 바뀌기 때문에 그것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측 마지막 날인 만큼 못 먹어도 고!’의 심정으로 관측시간을 연장에 연장까지 해두었다. 답답한 마음에 티피를 나와 하염없이 흐린 하늘을 바라보는데 별 하나가 보인다. 헛것을 봤나 싶어 눈을 크게 뜨니 곧 하늘에 자동차 와이퍼가 지나간 듯 개이며 머리위로 수많은 별이 쏟아져 내렸다. 이 황당하고 급작스러운 변화에 대처할 틈도 없이 드디어 그분이 왔다.

 

주변 언덕으로 뛰어 올라가니 눈앞에 그렇게나 기다리던 꿈만 같은 우주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하늘을 캔버스 삼아 오로라가 쉴 새 없이 피아노 건반처럼 너울거렸고 그 비현실적인 광경은 우리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다가도 혼을 쏙 빼놓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제까지 수많은 오로라를 봐왔지만, 이날은 마치 한 편의 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캐나다 오로라 여행은 자연에 대한 로망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으면서도 추천하기 가장 어렵다. 오로라의 랜덤성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게, 하지만 사심을 듬뿍 담아 추천 드리고 싶다. [방수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