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5. 28. 06:00

 

 

요즘은 웬만하면 핸드폰을 안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 ‘11핸드폰이라는 건 곧 ‘11카메라를 말한다. 때문에 어디를 가든, 뭘 먹든, 뭘 보든 소위 말하는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 되었고 사람들이 남기는 그 인증샷들이 SNS를 타고 어마무시한 파급력을 갖는다.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오로지 사진이 잘나오는 곳이 유명세를 타는 일이 부지기수라 이런 인증샷을 적극 활용하는 식당이나 카페, 관광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류에 역행하여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곳이 있다. 바로 나오시마의 베네세 아트 사이트이다. 오래된 마을 곳곳에 위치한 이에() 프로젝트나 베네세 뮤지엄, 지중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 등 모든 곳이 다 사진촬영 불가이다.

 

 

 

 

사실 나오시마 뿐만 아니라 테시마나 이누지마를 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아니! 사진을 찍을 맘이 별로 안 드는 곳이라야 말이지 인증샷을 남기고 싶은 포토 스팟이 차고 넘치는데 사진 촬영이 절대 안 된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게 작은 불평불만을 안은 채 잠시 나오시마를 떠나 테시마를 방문했을 때였다. 테시마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여느 곳과 같이 사진촬영 절대 금지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미술관에 입장했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베네세 그룹의 답답하리만치 완고한 원칙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갔다. 미술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른 미술관이나 관광지를 떠올려보면 모두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카메라를 통해서 보고 있다. 나만해도 멋있고 좋은걸 보면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하지만 정작 찍고 난 사진은 나중에 그다지 잘 꺼내보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사진을 아예 찍을 수 없게 되니 그냥 다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보다 선명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해도 지금 이 찰나의 풍경은 도저히 다시 볼 수 없으니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는 내가 기억하는 수밖에. 그래서 테시마 미술관 안의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눈앞에 존재하는 풍경을 하나하나 온전히 집중해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 깨달음을 얻고 이번 나오시마를 다녀왔다.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위를 가르는 한낮의 태양빛도, 70만개의 카라라 대리석에 반사된 빛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지중미술관의 수련도, 바람에 너울지던 테시마 미술관의 풍경도 다 내 마음의 눈에 꼭꼭 담은 채. [신한지]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