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6. 4. 06:00

 

 

여행은 점이 아닌 선()이라는 관점에서 기차는 여행이 선으로 그어지는 가장 완벽한 교통수단이 아닐까 싶다.

 

지난 3, 새롭게 바뀐 남미안데스 여행에서는 페루의 쿠스코부터 푸노의 티티카카 호수까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철도 위로 하늘을 가르듯 달리는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 열차를 탑승했다.

 

창밖으로 스치는 기막힌 풍경들과 30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세심한 서비스, 소감을 요약하자면 이 기차여행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고, 앞으로도 안데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를 운행하는 벨몬드 사는 전 세계에 걸쳐 46개의 호텔, 기차, 리버크루즈 등을 운영하고 있는 그룹이다. 또한 우리에게 소설과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배경이 되는 열차를 운행했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사의 현재 이름이기도 하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1883년부터 파리에서 이스탄불까지 이어지는 유럽 최초의 대륙횡단 특급열차로 80년 이상 고급열차로 운행되며 당시 유럽 상류층의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 고속철도와 항공 산업의 발달로 중단되었지만, 현대에 벨몬드사가 기차를 다시 개조하여 세계 곳곳에 노선을 운영함으로써 여행객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

 

사실 쿠스코에서 푸노까지의 여정에 이 기차를 이용하면 버스로 이동하는 것보다 소요시간은 더 길다. 세계 다른 지역의 벨몬드 열차를 이용해도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 굳이 더 느린 기차를 누가 이용할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거야말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여행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쉬는 날조차도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지기도 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왠지 이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봐도 괜찮다고, 시간을 온전히 허락받은 것만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식사 때가 되면 창밖의 황홀한 풍경과 맛있는 음식에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워지고, 중간에는 지루할 새라 잠시 멈춰 숨은 잉카유적지를 찾아가기도 한다.

 

단순한 이동수단이 될 수도 있는 기차가 땅위를 달리는 럭셔리 크루즈로 탈바꿈되고, 실제로 그 위에 탑승한 채 어디론가 목적지로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주는 행복감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이동 중 가장 높은 구간인 라라야(La raya)고개를 넘을 때 내 귓가에 울렸던 칙칙폭폭 기차소리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산소가 희박해서인지, 풍경이 너무 멋져서인지 숨이 멎을 듯한 광경에 압도되어 한동안 멍하니 해발 4,300m에 울려 퍼지는 기차소리만 듣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잉카 문명의 발원지인 티티카카 호수에서 일출을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의미 있는 일정은 이 기차가 페루를 여행하는데 정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게 했다.

 

기차 안에 여행하는 사람들의 설렘과 기쁨, 긴장감 등의 감정을 모두 실은데다가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로 안락함까지 선사하는 벨몬드 안데안 익스플로러는 모두에게 추천 드릴만한 행복한 여정이었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