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8. 10. 1. 06:00

 

 

 

파리, 런던, 프라하, 비엔나. 로마유럽여행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이다. 이런 유럽의 큰 도시들은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육중한 건물들이 즐비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성당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궁전,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배경지, 방대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박물관 등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절대적인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거리를 가득 메운 관광객의 물결이 더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도 반복해서 보다보면 피로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 성당이 그 성당 같고 그 궁전이 그 궁전 같은 느낌의 나른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에 다녀온 오스트리아 티롤여행은 처음 기획의도부터 대도시에 존재하는 화려한 유럽문화가 목적이 아니었다. 작은 마을에서 소소한 즐거움또는 평범한 유럽인들의 일상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다.

 

티롤지역은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유럽의 시골동네다. 도회지의 세련미나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포도밭과 옥수수밭, 그리고 목초지를 따라 달려가면서 차례로 만난 리거스버그, 키츠뷔엘, 고잉 암 빌텐 카이저, 쿠프슈타인, 라텐베르크, 할 인 티롤과 같은 마을들은 한 결 같이 중심지라고 해봐야 도보로 10분이면 통과할 만큼 작은 마을들이었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었다. 은은한 파스텔톤 색의 건물들 사이로 마을성당도 있고 카페도 있었으며, 분수와 소박한 상점들도 있었다. 찾는 이가 없어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는 작은 성당은 도시의 큰 성당보다 오히려 더 경건했고,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는 주민들의 모습은 포근하고 정겨웠다.

 

굳이 꾸미고 가꾸지 않았는데도, 이 작은 마을들은 참 예뻤다. 깃발 들고 몰려다니는 단체여행객들이 눈에 띄지 않아 한적한 맛도 좋았다. 작은 마을들을 여러 군데 방문하다보니 혹시라도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기우였다. 모든 마을들이 비슷해 보이지만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어 항상 새로웠다.

 

 

 

 

뭐니 뭐니 해도 티롤지역의 최고 매력은 알프스 산자락에 있다는 점이다. 이동하는 내내 알프스의 장엄한 산세가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고 알프스 지역 특유의 목가적인 전원 분위기가 이어졌다.

 

스위스의 알프스가 세상을 호령하는 위압감이 있다면 티롤의 알프스는 산자락에 안기는 듯한 포근함을 주었다. 물론 유럽 최고의 산악드라이브 코스인 그로스글로크너 알파인 로드 드라이빙, 노르트케테 산에서의 미니 트레킹, 추크슈피체 등정 등의 순간에는 알프스의 험악하고 장쾌한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레겐츠에서 만난 오페라 카르멘공연 관람으로 이번 여행의 행복감에 방점을 찍었다. 그야말로 내 2018년 최고의 순간이었다.

 

처음 시도한 오스트리아 티롤 여행, 디테일을 조금 더 정비하면 테마세이투어의 스테디셀러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