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스페인 북부 인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을 꼽아보라 한다면 그 첫째는 망설임 없이 ‘알타미라’라고 할 것이다. 교과서 제일 앞쪽에서 보았던 바로 그 알타미라 동굴벽화(의 완전한 복제품)를 실제로 보니 그 감동이 꽤나 컸기 때문이다. (진짜 알타미라 동굴은 훼손을 막기 위해 출입금지이고 그 바로 옆에 동굴과 벽화를 복제해 놓은 공간이 있다)
동굴 천장에 그려진 들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정말 이게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것인지 믿기 어려울 만큼 강렬했다. 처음 동굴이 발견되었을 때 진짜일 리 없다며 손가락질하고 비웃었던 사람들을 덮어놓고 비난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그야말로 ‘작품’이었다.
특히나 동굴의 울퉁불퉁한 표면을 살려 동물의 양감을 표현한 재치에는 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였다.
두 번째는 테루엘 대성당의 천장이다. 이 격자천장은 무데하르 공예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성당 관계자와 함께 천장 가까이로 올라가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는데 꺾인 고개가 아파와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이 천장이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은 13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천장이 지금까지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 때문이다. 이 천장은 이후 그 아래에 덧대어졌던 다른 천장 때문에 오랜 세월 가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것이 스페인 내전 때 폭격을 맞아 부서짐에 따라 그 존재가 드러나 복원된 것이다. 성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목조 천장이 가려져 있지 않고 계속 노출되어 있었더라면 진작에 훼손되어 지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알타미라도 마찬가지이다. 알타미라는 산사태가 일어나서 동굴 입구를 막아버렸기 때문에 그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보존될 수 있었다. 두 곳 다 감추어져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존재를 알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 어딘가 알타미라나 테루엘 대성당의 천장처럼 모습을 감춘 채 잠들어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존재할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시간을 멈춘 채 미래의 어느 날을 기다리고 있을 그 무언가를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우연한 발걸음이 찾아냈을지도! [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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