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6. 11. 06:00

 

합스부르크 왕가의 쇤부른 궁전과 호프부르크,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유디트를 전시하는 벨베데레 궁전과 수많은 미술관들. 예술과 문화의 도시 빈을 대표하는 관광지는 무수히 많지만 그 중 분리파 회관, 제체시온(Sezession)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제체시온은 로마에서 특권 귀족층의 지배에 불만을 품고 도시 외곽에 새로운 집단을 형성해 저항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라틴어 분리된 서민(secessio plebis)’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제체시온은 19세기 말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예술을 위해 유럽의 젊은 미술가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움직임을 말한다.

 

구스타프 클림트가 그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결성한 오스트리아 조형미술가 연맹’, 빈 분리파가 대표적이다.

 

19세기말 빈 미술계를 지배하고 있던 미술가 연맹은 빈에서 유일한 전시 공간을 갖고, 그것을 이용해 미술계의 권력과 영향력을 독점하고 있었다. 이런 미술가 연맹의 폐쇄적이고 정치적인 운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진보적 미술가들의 활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에 클림트를 초대 회장으로 하는 빈 분리파가 탄생한 것이다.

 

빈 분리파는 그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모토로 진취적 생각을 가진 젊은 미술가들에게 정기적으로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고, 유럽 최고의 미술가들의 작품을 빈에 소개하며, 자신들만의 예술 잡지를 발행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정했다. 오스트리아에 마네, 고흐, 쇠라, 고갱 등 해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처음 소개한 것도 빈 분리파였다고 하니 당시 빈 미술계가 얼마나 폐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1898년 처음 열린 제 1회 분리파 전시회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고, 전시회의 성공으로 자신들만의 전시 공간을 짓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분리파 회관이다.

 

황금빛 월계수 잎의 거대한 돔이 인상적인 이곳에는 클림트의 대형 벽화 베토벤 프리즈(Beethoven Frieze, 1902)’가 영구 전시되어 있는데, 베토벤을 기린 제 14회 분리파 전시회를 위해 제작된 것으로 개막식에서는 구스타프 말러가 직접 베토벤 교향곡 제 9합창4악장을 지휘했다고 한다.

 

클림트 서거 100주년인 올해, 그의 주 활동 무대였던 빈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행사가 열리고 있다. 관습에 도전하고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클림트를 이해하기에 분리파 회관, 제체시온 만큼 완벽한 곳은 없을 것이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