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7. 30. 06:00

 

공항에서 출국은 자주 해도 입국장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일본인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를 기다리는 일은 상당히 기대되고 떨렸다. 드디어 도착 순간! ‘웰컴 투 코리아!!’를 격하게 외치며 둘이 얼싸안고 반가움에 발을 동동 굴렀다.

 

외국인 친구의 방문을 준비하며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어딜 가면 좋을지, 뭘 하면 좋을지, 뭘 먹으면 좋을지 의견을 구했다. 거의 20명에 가까운 의견들과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여행사 직원의 특기를 한껏 살린 완벽한(?) 일정이 완성되었다.

 

10년 전 방문 때는 쇼핑만 했다는 친구의 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의 테마는 너무 전형적이지 않은, 한국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가 되었다. 숙박은 당연히 우리 집이고, 식사도 한식으로 준비를 했다.

 

 

 

 

내가 예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처럼 이 친구도 외국인 친구 1라는 귀빈 타이틀을 달고 우리 가족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하루는 결혼한 언니와 형부까지 모두 초대하고 마치 명절날처럼 상이 휘어지도록 풍성하게 음식을 준비했다. 내가 먹느라, 계속 통역을 하느라 진땀을 빼긴 했지만 오랜만에 맞이한 화목한 시간에 웃음소리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 한국 친구들을 소개시켜주거나 반대로 일본친구의 다른 한국 친구들을 내가 소개 받는 등 색다른 만남도 있었고, 나도 처음 간 광장시장에서 격렬하게 꿈틀거리는 산 낙지와 육회 등 갖가지 주전부리를 배터지게 먹으며 소주도 한잔 기울였다. 이 외에도 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은 북촌이다.

 

옛 한옥을 개조한 한옥호텔에서 하루 머물렀는데, 방 자체도 옛것 그대로의 정갈한 모습이라 좋았지만 정자가 딸린 방이어서 더더욱 맘에 들었다. 너무나 좋아하며 뛰어다니는 친구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한옥 숙박시설에 있는 찜질방에서 몸을 한참 지지고 나니 마침 투둑투둑 비가 내린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정겨운 한옥 마당의 풍경과 빗소리를 배경으로 우리의 행복한 수다도 끝없이 이어졌다.

 

다음날에는 근처 사진관에서 흑백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이야 핸드폰으로 찍으면 되지만, 찍으면 수정할 수 없는 즉석 사진으로 이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사진을 받고 행복해하는 친구의 모습에서 이 여행을 준비하면서 고생했던 일들이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우리 둘은 매해 이곳에서 사진을 찍자고 약속했다.

 

요즘 어서와~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그 프로그램에서 담은 것 같이 이번 여행에선 내가 예전에 일본 친구네 놀러가서 느꼈던 그 따뜻한 마음과 단순한 관광객으로서는 볼 수 없는 그 지역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때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가이드로, 혹은 같은 여행자로서 나도 함께 서울을 여행하는 기분이어서 평생 기억될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이상으로 내가 직접 진행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일본편)’이었다. [방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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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