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8. 2. 06:00

 

 

한창 여행에 빠져있던 대학 시절 공항에서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펼쳐본 책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30대를 지나는 여자에게는 2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결혼이고, 하나는 여행이다.’

 

그래! 나의 길은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한 길을 걸었었는데, 뜻하지 않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또 정말 뜻하지 않게 엄마가 되었다.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기간은 그야말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남편으로 귀결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어 지난 1년 반 동안 나는 끊임없이 이은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 5이은정을 기다려준 테마세이투어로 복직을 했다.

 

복직과 동시에 남프랑스 여행 인솔이 배정되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출산을 경험하고 비루해진 체력과 육아 후유증인지 잦은 깜빡거림이 걱정이 많이 되었다.

 

남보다 배는 걸어야 하고 남보다 배는 꼼꼼해야 하는 인솔에 대한 걱정에다가 또 복직 후 첫 인솔이니만큼 잘해내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 긴장은 날로 더해져갔다. 오히려 첫날 공항에서 손님들을 만나고 비행기를 타니, 조금은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애를 낳고 키워보면 모든 엄마들이 위대하다고 느껴지는 법, 엄마 혹은 부모라는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 손님들은 더더욱 위대해보였다. 싱글일때는 미처 몰랐던 다른 세상이 조금 열린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아직은 내가 초보 엄마라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엄마 혹은 아빠로서 인내하며 살아왔을 그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라도 이 여정을 정말로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나로서도 인솔자라는 역할이 온 신경과 체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실 육아하는 시간보다는 좋았던 것 같다. 혼자만의 시간과 자유가 이렇게 달콤한 줄 몰랐으며, 손님들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어라는 말씀이 이리 절절하게 다가올 줄 몰랐다.

 

손님들 앞에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남프랑스의 멋진 풍경과 아름다운 미술관들, 그리고 무엇보다 세끼 꼬박 꼬박 맛있는 식사, 포근한 잠자리까지. 행복해하시는 손님들 사이에서 저 역시 오랜만에 엄마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굉장히 즐기고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