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8. 6. 06:00

 

 

몇 년 전 여름, 당시 파리에 거주하고 있던 언니를 방문하러 처음 프랑스에 발을 디뎠다. 초반 며칠은 박물관이나 공원 등 파리의 곳곳을 누비며 돌아다녔다. 책에서만 보던 건축물이나 미술품들을 눈으로 생생하게 보고, 영화 속의 장소를 걸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러나 즐거운 여행 중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노천카페 문화였다. 유럽의 거의 모든 카페가 그렇듯, 파리에서도 차가 쌩쌩 다니는 도로 변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사람들이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을 하거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게 마냥 여유 있거나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단 오히려 어떻게 매연과 먼지 천지인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약간의 문화적인 충격이 느껴졌다.

 

 

 

 

게다가 흡연자를 배려해도 너무 배려하는 문화 덕분에 카페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심지어 길거리에서 걸어가며 피우는 담배 연기에 이게 무슨 낭만일까 라는 생각은 당연지사였다. 그래서 바깥 좌석을 좋아하는 언니 옆에 앉아 이해 못 할 얼굴로 주변 사람들을 쳐다보곤 해야 했다.

 

하지만 학업 때문에 한동안 파리에서 살아야 했을 때 여러 현지 친구들을 사귀면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친구들과 종종 카페에 가게 되면 자연스레 야외 석에 앉게 되었는데, 따스한 햇살 아래 마음 맞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 하며 시간을 보내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이후로는 혼자서 마음에 드는 카페를 찾아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갓 내린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조금 넣고 한 모금 마시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약간 차가워진 가을바람을 맞는 것은 그 때 그 계절 노천카페에서만 즐길 수 있는 낭만이었다. 가만히 앉아 사람구경을 하고 있으니 바쁘게 움직이는 거리 속에서 진정한 여유를 찾은 느낌도 들었다.

 

처음 파리 갔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스스로를 옭아 맨 아집으로 여행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놓친 게 아닌가 싶다. 그 후 얼마의 세월이 흐른 지금, 아침 일찍 눈 떠 해가 질 때 쯤 퇴근 열차에 오르는 생활을 하다 보니 그 때 그 노천카페의 여유가 너무나도 그립다.

 

다음 출장지에서 볕 좋은 카페를 만나게 되면, 주저 없이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하고 싶다. 여유와 더불어 소소한 추억을 선물해드리고 싶은 인솔자의 마음으로 말이다.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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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