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9. 10. 06:00

 

테마세이투어의 인솔자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지각색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 자는 게 황송할 정도로 고급스런 호텔도 있고, 무척 비싼 가격에 후진 호텔도 있다. 이런 호텔을 만나는 날엔 불만이 폭풍처럼 몰려오기 전에 얼른 마이크를 잡고 이 호텔의 의미를 말씀드리곤 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몇 호텔들을 되짚어보면,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역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토스카나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은 위치와 경관이다. 호텔이 구시가지 광장 한 가운데 있으니 밤에도 수시로 나다닐 수 있고, 창문 밖으로는 넓은 토스카나 전원이 펼쳐진다. 하지만 시설은 별로다.

 

 

 

 

돌로미테 지역의 알페 디 시우시의 호텔 풍경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일행 중 한 분은 내가 여기를 오려고 지금껏 여행을 다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손님을 감격시킨 이 호텔은 3성급이다. 승합차 한 대를 두 번에 나눠 타고 십 여분을 가서야 호텔에 당도하는 불편함도 있다.

 

독일 로텐부르크 호텔은 에어컨이 없다. 구시가지 안쪽이라 이 호텔에 가면 늘 버스는 우리뿐이다. 하지만 약간 덥다는 불편함만 감수하면 중세 거리와 앤틱 그 자체인 이 호텔의 분위기가 모두 우리게 된다.

 

아이슬란드의 네스카우프스타뒤르 마을에 있는 호텔은 여름기간 3달을 제외하고는 직업학교 기숙사로 쓰인다. 때문에 여기도 시설이 별로다. 호텔이 희귀한 아이슬란드 특성상 별 다른 선택지도 없지만, 이 호텔 옆 산책로는 아이슬란드 일정 중 단연 최고다.

 

재밌는 점은 가격으로 봤을 때 시외의 5성급 체인호텔보다 구시가지의 3~4성급 호텔이 더 비싼 경우가 많고, 예약도 더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런 호텔을 기꺼이 사용하는 이유는 고급 호텔이 주는 안락함보다 훨씬 더 소중한 여행의 여러 요소를 이 약간 후진 호텔이 더 풍족하게 채워주기 때문이다.

 

우리와 여행을 하다 이런 호텔을 만나면 그 땐 어떤 다른 매력이 있는지 유심히 한 번 살펴보시면 좋겠다. 불편할수록 더 보이는 게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병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