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10. 4. 06:00

 

인솔자도 사람이기에 함께 여행하는 손님들에 의해 많은 것이 좌지우지 되곤 한다. 손님들이 감탄해마지 않았던 풍경은 인솔자에게도 잊지 못할 장면이 되고, 손님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셨던 식당은 인솔자에게도 최고의 식당이 된다. 또한 손님들 분위기가 유난히 좋았던 여행은 오래오래 뿌듯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이번 북유럽 여행 중 스톡홀름에서 오슬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손님의 캐리어 한 개가 분실되었다. 오슬로 공항은 주인을 잃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캐리어가 한 가득이었고 수하물 분실 신고를 하는 접수처는 긴 줄로 만원이었다.

 

언제가 될지도 모를 차례를 기다리면서 늦어질 것이 뻔한 오늘의 일정과 가방을 잃은 손님의 불편함과 상실감, 그리고 기약 없이 기다리고 계실 다른 손님들의 안부까지. 머릿속이 꽤나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수하물 분실 신고를 하면서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다행히 기다리는 손님들도 수하물을 분실한 손님에 대한 걱정스러운 마음들이었고, 따스하게 우리를 맞아주셨다.

 

 

 

 

아무리 여행경험이 많은 여행자에게도 수하물 분실은 꽤나 당황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경험상 수하물은 2~3일 내에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고 아예 잃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당장 필요한 필수품은 기회가 있을 때 기민하게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다.

 

노르웨이 북부 일정을 앞두고 두터운 겉옷 마련이 시급했던 터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오슬로 시내를 걸어오는 길에 패딩 점퍼를 파는 상점에 들렀다. 손님들은 한마음으로 패딩 점퍼를 골라주는 등 마음 편히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기꺼이 기다려주셨다.

 

급기야 한 분이 10유로씩 걷어 패딩을 사주자는 제안을 하셨다. “우리 중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 않았냐? 저 분이 대표로 불편을 감수하고 계시니 우리가 10유로씩 걷어서 저분에게 꼭 필요한 점퍼를 사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의견에 바로 동조해서 흔쾌히 웃는 얼굴로 바로 10유로씩, 만원씩 내어주시던 분들과 이 소식을 알리러 상점으로 뛰어 들어가신 분들까지.

 

수하물을 분실하고 내색은 안하지만 맘고생 많이 하셨을 그 분의 얼굴에도 미소가 한가득 돌아왔다. ! 이 얼마나 현명하고 따뜻한 분들이신가, 7년 인솔에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었다. 사람들에 의해 감동받았던 그 순간. 지금까지 나는 저 말씀과 기쁘게 웃던 사람들의 미소가 잊히지 않는다.

 

그 자리에서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식지를 통해 꼭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역시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구나. 즐겁고 행복한 여행을 만들어가는 건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또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여행자들 사이에 유난히 끈끈한 정을 쌓게 해준 애증의 캐리어는 3일 후 주인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은정]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