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8. 9. 06:00

어쩐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들을 여행할 때면 기분이 상쾌하고 마음이 평온해진다. 대부분 고도가 높아 선선한 날씨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이런 곳들을 방문하면 언젠가 한 번 쯤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미국의 콜로라도스프링스와 캐나다의 밴프가 그랬고, 이탈리아의 알페 디 시우시와 나라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부탄은 여전히 내가 개인 휴가로 꼭 다시 가보려는 여행지들이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스위스로 알프스 여행을 다녀왔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에서 빼면 절대 안 되는 곳으로 일정 내내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자락에 포근히 안겨있을 수 있었다.

 

샤모니는 다른 프랑스의 도시들에서는 결코 찾아 볼 수 없었던 산간 도시만의 그림이 있었고, 그 자체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아기자기하게 장식된 상점과 식당들이 있는 골목의 끝에 웅장한 설산이 지키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날씨가 좋아 마을 어디를 걸으나 마테호른 봉우리와 계속해서 마주칠 수 있었던 체르마트는 목조 건물로 이뤄진 마을 전체가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있었고, 우뚝 선 마테호른은 마치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뿐만 아니라 늦은 봄 알프스 여행을 간다면 들꽃의 향연이 더해져 행복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린델발트 마을까지 이어지는 피르스트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 앞으로는 거대한 아이거(Eiger) 설산이, 주변으로는 푸른 초원에 아기자기한 들꽃이 대비되어 장관을 이룬다.

 

 

 

 

루체른의 리기산에서는 산악 기차에서 내려 언덕위로 이어지는 예쁜 길이 마치 하늘로 향하는 꽃길처럼 꿈결 같았다.

 

알프스 여행을 마치고 내가 언젠가는 살아 볼 산간마을과 도시들을 목록에 추가하며 다시 떠올려 보니 어쩌면 실제로는 내가 그곳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게 아름답게만 보이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행자이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실제 생활의 어려움이나 고민들까지는 알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얼마 전부터 ‘~에서 한 달 살기의 개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나도 내가 그리던 산간마을들에서 오랫동안 머물러볼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조금 약았다 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여행자의 특권을 잃지 않을 만큼의 기간만 딱 있어보고 싶다. [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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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