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8. 10. 15. 06:00

 

 

유례없는 폭염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던 7월 말, 한국보다 훨씬 시원했던 독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안 가본 여행상품에 배정이 되면 보통 긴장과 걱정이 앞섰지만, 독일에 배정되고 난 뒤엔 작은 설렘이 마음 한 구석에 등장했다. 대학생이었던 7년 전, 처음으로 갔던 유럽 여행의 시작점이 바로 독일이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독일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프랑크푸르트행 항공권이 저렴했고, 같이 가는 친구가 독일어를 조금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고른 행선지였다.

 

 

 

 

 

로만티크 가도와 알펜 가도, 고성 가도 상에 위치한 작은 마을들을 구석구석 보는 테마세이투어의 일정을 미리 공부하면서 그 옛날, 자유여행으로 갔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상태로 무작정 갔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인기 있는 입장지와 기차표는 미리 예매해야 한다는 것도 간과하고, 지도를 보고 눈대중으로 짠 동선도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숙소 예약도 얼마나 허술하기 짝이 없었는지!

 

손님들을 모시고 일정을 진행하면서 나는 때때로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노련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하이델베르크 성을 구경하고 푸니쿨라를 타고 시내로 편하게 내려올 때는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눈이 쌓인 언덕길을 걷다 엉덩방아를 찧고 미끄러졌던 기억이 났다.

 

 

 

 

독일에 오는 모든 관광객들이라면 꼭 간다는 노이슈반스타인성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했을 땐, 과거의 내가 하필 퓌센에 간 날이 1231, 11일이라 성이 문을 닫아 하루 종일 구시가지를 할 일없이 어슬렁거렸던 기억이 났다.

 

뮌헨의 유명한 맥주집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학센과 뮌헨 전통 흰소시지, 샐러드 등 음식을 푸짐히 시켜놓고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는 걸 지켜볼 땐, 제일 싼 안주 하나 시켜놓고 오후 내내 친구들과 웃고 떠들던 그 시간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내 유럽여행의 첫 도시, 첫 번째 입장지였던 프랑크푸르트의 괴테하우스를 인솔길 마지막 입장지로 들어갔을 땐,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의 나는 같은 곳을 인솔자가 되어 다시 오리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귀국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기 전 자유시간에 카페에 앉아 옛 여행을 함께 했던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연신 사진을 보내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렇게나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7년이나 지났냐며 연신 옛 추억을 꺼냈다. 역시 여행만큼 좋은 추억 만들기가 있을까 싶다. 내가 모셨던 손님들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번 여행이 훗날 되돌아보면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