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9. 17. 06:00

 

 

주변에 기차여행을 즐기는 지인이 있다. 기차를 타는 것만으로 너무 좋단다. 이 얘기를 들으며 그게 무슨 재미야?’란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어떤 책을 읽고 나서 나도 기차여행을 간절히 하고 싶어졌다. 그 책은 바로 에키벤(駅弁), 철도 도시락 여행기이다.

 

 

 

 

 

에키벤은 기차역을 뜻하는 에키()’와 도시락을 뜻하는 벤토(弁当)’를 합친 말로, 일본의 기차역이나 기차 안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을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도시락집 주인이자 철도 마니아인데, 아내에게 선물 받은 기차표로 일본 전국을 누비며 각 지역 기차역의 명품 에키벤과 일본 기차 여행법을 소개하는 게 주 내용이다.

 

실제 작가의 철저한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했기에 진짜 이 책만 들고 일본 기차 여행을 한다 해도 전혀 문제없을 정도로 정확한 도시락 묘사와 기차 정보를 담고 있다.

 

이쯤 되면 더 궁금해지는 에키벤은 그 종류만도 2,500여종 이상으로 엄청나게 많다. 다양한 요리를 담을 뿐만 아니라, 기차역마다 그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써 특색 있는 메뉴로 도시락을 만든다. 또한 끈을 당기면 가열되는 용기라든지, 도자기를 사용하는 등 음식을 담는 용기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에키벤은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일본 술이나 와인이 딸린 것도 있다.

 

일본 철도 개통 직후인 1885년부터 우메보시가 들어간 주먹밥에 참깨와 소금을 뿌리고 단무지와 함께 대나무로 싸서 판매한 것이 에키벤의 시초라고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식 섭취에 엄격한 일본이지만 이 도시락만큼은 예외일 정도로 일본인들의 에키벤 사랑은 유별나다.

 

 

 

 

또한 순위매기기 좋아하는 일본인답게 매년 에키벤 랭킹도 발표되는데 20181위는 니가타역의 에비센료치라시(えび千両ちらし), 크고 두꺼운 수제 달걀말이 아래 4가지 스시 재료(전어, 장어, 오징어, 새우)가 숨어있고 고시히카리로 만든 초밥은 각각의 생선과 찰떡궁합을 이뤄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는 묘사부터 일본스럽다고 느껴진다.

 

이 밖에도 일본 전통 문어 잡이에 사용되는 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효고현 니시아카시역의 문어도시락과 히로시마 미야지마구치역의 아나고메시(あなごめし,붕장어덮밥)도 상위권에 랭크되었다.

 

올해 휴가는 이 책을 참조해 에키벤 철도 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그 김에 과연 여행상품화가 가능할지도 한 번 가늠해보려 한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