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9. 20. 06:00

 

 

정말이지 너무도 더운 여름이다. 밤이 와도 후덥지근한 공기 탓에 자다 깨는 것이 부지기수다. 내려올 생각이 없는 수은주는 어김없이 35도를 가리키고 있고, 사무실의 에어컨도 더위를 먹었는지 작동이 영 시원치 않다.

 

그러다 초복을 맞아 뜨거운 삼계탕 한 그릇을 먹었더니 다행히 기운이 조금 도는 느낌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입맛 없는 여름 보양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그럼 다른 나라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음식으로 이 더위를 이겨내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가까운 일본에는 복날과 비슷한 도요노우시노히(土用)가 있다. 우리가 닭을 먹는 것처럼 일본인들은 꼭 장어를 먹는다고 한다. 장어는 단백질 및 건강에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여 기력 보충에 좋은 식품이다. 보통 일본에서는 히쯔마부시(ひつまぶし)라고 하여 옻칠한 용기에 밥을 담고 간장 양념을 발라 구운 장어를 올린 덮밥 형식으로 즐긴다.

 

그러나 최근 몸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 장어 때문에 편의점에는 장어덮밥 소스만 끼얹은, 말 그대로 장어 없는 장어 덮밥을 출시했다는 웃지 못할 소식이 들려왔다.

 

머나먼 페루에서는 원기회복을 위해 세비체(Ceviche)라는 음식을 먹는다. 세비체는 신선한 생선과 해산물을 라임즙에 절인 후 각종 야채를 소스와 버무려 먹는 음식이다. 모양새는 얼핏 한국의 물회와 비슷하지만, 조리법과 그 맛은 완전히 다르다. 날 생선으로 즐기는 물회와는 다르게, ()이 가득한 라임즙에 절인 생선살은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 하얗게 익는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특이한 점은 1800년대 후반 까지만 해도 페루의 생선 조리법은 굽거나 튀기는 것 뿐이었는데, 일본인들이 대거 이민을 오면서 페루의 세비체 레시피가 굉장히 다양해졌다고 한다.

 

이 외에 스페인에선 차가운 토마토 스프인 가스파초(토마토와 오이 및 양파, 마늘을 절여 갈아낸 스프), 이탈리아 카프리 지방에선 카프레제 샐러드(생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큼직하게 썰어 바닷소금과 올리브유를 두른 후 바질로 장식한 샐러드)를 여름에 즐겨 먹는다. 모두 무더위를 나기 위해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의외로 이열치열(以熱治熱)식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많은 가족들은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그릴에 햄버거와 곁들일 야채를 굽는다. 그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나지만 아이스박스 안에 가득 담겨있는 맥주와 함께 송글송글 맺힌 땀을 날려버린다. 여름 주말을 마무리하는 흔한 풍경이다. 특히 미국의 남부 지역은 바비큐 문화가 발달하여 7월과 8월에 다양한 바비큐 페스티벌이 열린다.

 

무더운 날씨, 집에서 요리하는 것조차 번거로운 날이 연이어지는 요즘이다. 이번 말복은 다양한 세계의 음식으로 원기 회복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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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