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8. 10. 11. 06:00

 

지난 6월 코카서스 출장 중, 아제르바이잔을 투어하는데 현지가이드가 우리 일행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저 멀리 보이는 카스피해는 바다일까요? 호수일까요?

 

지명을 보니 분명 바다인데 굳이 질문을 던지는걸 보니 호수인가 싶어 얼른 구글맵을 확인해 본다. 카스피해(Caspian Sea)는 이름과 다르게 사방이 꽉 막힌 호수 모양이다. 역시 호수인가보다 했지만 이 질문의 답은 지명도 모양도 아닌 카스피해를 둘러싼 나라들의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달려 있었다.

 

 

 

 

 

다섯 개의 나라(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와 맞닿아있는 카스피해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이 돈 되는 자원을 누가 어떻게 가질 것인가이다. 카스피해가 바다라면 이 5개 나라는 국제 해양법의 적용을 받는다. , 해안이 긴 나라는 많이, 짧은 나라는 적게 지분을 갖게 된다.

 

하지만 호수라면 다르다. 5개국이 협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대개는 동등하게 20%씩 소유권을 갖게 된다. 이러니 해안선이 긴 나라와 짧은 나라 사이에 이해관계가 갈릴 수밖에 없다.

 

구소련 시절에는 소련과 이란이 반반씩 나눠 가졌다. 해안선은 구소련이 훨씬 길었으나 대부분의 석유가 이란 가까운 지역에서 나왔기 때문에 지분이 같은 호수로 타협된 것이다.

 

하지만 소련붕괴 이후 신생국가들이 들어서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그리고 석유와 가스가 카스피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호수라던 러시아는 돌연 카스피해의 바다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권을 둘러싼 치열한 영역싸움 때문에 카스피해는 오랫동안 바다도 호수도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카스피해가 비로소 바다가 되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연안 5개국이 드디어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 결과 한 때 절반의 지분을 갖고 있던 이란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됐다. 카스피해와 면한 부분이 작기 때문에 약 13%의 권리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라고 어디 이런 막심한 손해를 보고 싶었겠냐만 미국의 제재를 받아 고립무원의 위기에 처한 이란 입장에서는 그나마 주변국과 사이좋게 지내야하기 때문에 양보를 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 기사도 있었다.

 

사실 이런 국제 문제는 내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행이 내 관심폭을 넓혀준 것 같다. 여행사의 직원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나름 가이드와 현지 스태프들의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되다보니 조금씩 영유권이니 분쟁이니 하는 키워드들이 마냥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지지도, 어렵고 지루한 주제라고 여겨지지도 않게 되었다.

 

그건 내가 다녀온 그 나라, 내가 만나 본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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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마세이